
아서 래퍼(Arthur Laffer)의 래퍼곡선은 곧 감세정책에 대한 지지다. 세율이 상승하면 일단 조세수입도 증가한다. 그러나 세율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세수는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세율이 매우 높아 애써 벌어도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남지 않게 되면 근로의욕 저하로 생산이 감소하여 조세를 부과할 소득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자신을 포함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갑부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미국 재정위기를 해결하라고 주장하자 래퍼는 그를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마치 감세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우리 정부와 그에 반대하는 야당의 대립을 보는 듯하다.
버핏의 '갑부 증세' 주장 이후 곧 로레알의 최대주주 베탕쿠르 등 프랑스 갑부 16명도 그들이 프랑스와 유럽 경제제도에서 받은 혜택에 보답해야 한다며 자신들에 대한 증세를 자청했다. 그들이 받았다는 혜택은 무엇인가. 프랑스 자본주의 시장경제 바탕 위에 사유재산권의 보장과 그동안 만끽했던 영업의 자유는 접어두더라도, 그들은 유럽의 경제통합으로 배가된 국제무역 자유화가 가져온 효율성 증가, 즉 몫의 배분에서 보다 유리했다.
국제무역 자유화는 국민의 후생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지만 그 혜택의 분배는 공평하지 않다. 분명 최근 국제 무역 자유화는 대기업과 갑부들에게 부를 몰아주어 부익부를 가속화하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년간 10대그룹의 영업이익은 20조원에서 34조원으로 70% 이상 급증한 반면 적자가계에 허덕이는 서민들은 늘어만 간다. 더구나 우리 대기업들은 상속세도 거의 내지 않고 부와 경영권까지 대물림하고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방위산업 즉, 국방 프리미엄 혜택까지 누린다.
이러한 한국경제 상황에서는 래퍼와 버핏 과연 누가 옳을까. 여기서 1848년 영국의 '옥수수법 폐지', 즉 곡물 수입 자유화에 대한 논쟁을 반추해보자. 쟁점은 여하한 정책도 '어느 누구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체 후생을 증가시키는' '파레토(Pareto)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칼도(Kaldor)의 반론이다. 법경제학의 단서가 된 칼도의 '보상이론'은 '옥수수법 폐지'로 곡물가격이 하락하면 다수의 노동자가 이익을 보고 지주들이 손해를 보지만 노동자들의 이익 총량이 지주들의 손해보다 훨씬 크므로 노동자의 이익 일부로 지주의 손해를 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당시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가진 자'인 지주에게 준다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다. 그러나 갑부가 더욱 갑부가 되는 요즘 경제상황에서 칼도의 '보상이론'은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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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감세정책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래퍼의 주장이 일단 옳다. 그러나 갑부가 더욱 갑부가 되는 상황에서는 공정을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버핏 역시 옳다. 갑부들의 증세 청원에 응답하여 프랑스 정부는 연소득 50만 유로(7억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에게 3%의 추가세율을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고 한다. 담배세와 주세도 인상될 듯하다.
미약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우리 정부도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소득 8800만원 수준에서 더이상 누진(累進)되지 않는 소득세율도 개선해야 한다. 대기업 사장, 이사, 부장, 과장이 같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는 것은 어쩐지 불공평해 보인다.
범(凡) 현대가(家)의 5000억원 사회 환원에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5000억원 기부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