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또 하나의 위기가 세계경제를 괴롭히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가 그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납량특집에나 나올 법한 국가부도 괴담이 배경음으로 깔린 지 오래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리스의 재정위기 뉴스가 세계금융시장을 강타하며 또 하나의 유로존 붕괴괴담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가 낳은 후유증들이다. 금융위기가 또 하나의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은 전례를 찾기 힘든 재정지출로 방어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의 경우 통화통합으로 말미암아 통화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경기침체나 금융부실을 모두 재정지출로 막아야만 했다. 그리스의 어려움을 그 민족의 부족함으로 돌릴 상황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리스라는 국가의 정체성이 이번 재정위기로 송두리째 뒤흔들릴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미 정치제도, 사회제도, 공공부문, 복지제도 등 모든 경제정책이 잠재적 채권국들의 도마 위에 올려져있다. 외환위기 때 우리가 겪었던 온갖 모멸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래서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것이다.
미국의 재정위기를 바라보면 경제학자로서 만시지탄의 안타까움을 늘 느낀다.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였을 때 미국의 재정상황은 너무나 좋아보였다. 그 해 GDP대비 재정흑자 규모는 1948년 이래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부시행정부가 이전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만 해도 국가채무를 2008년까지 모두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감세정책으로 나아갔고, 911 테러와 IT산업의 버블 파열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집은 계속되었다.
그 결과 올해 미국은 사상 초유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고, 국가부도의 괴담은 그럴 듯하게 유포되고 있다. 역사에 가정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지만, 만약 2001년에 부시 행정부가 다른 결정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세계경제의 모습은 조금은 더 밝았을 것이다.
미국의 재정위기를 반추해 본다면 감세정책은 위험천만한 정책이라 해야겠다. 납세자의 심금은 잠시 울리겠지만 경제학자라면 결국 반대할 수밖에 없다. 탁상공론에 너무 가깝고, 시행될 경우 미국처럼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이 탁상공론인 이유는 극단적으로 높은 한계세율이 아니라면 세수위축을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높은 세율이 극단적인 수준일까? 감세정책을 그렇게 열창했던 고 레이건대통령이 회고했던 수준은 90%이지만,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수준은 약 70%일 것이다. 중국의 무수한 왕조들의 몰락을 낳았던 수준은 이를 다소 상회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계세율은 이의 절반이나 그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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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날로 점증하는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주력산업을 육성하기위해 정부주도의 하드웨어 중심의 경제발전을 도모한 결과이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정부주도(?)로 출산, 고등교육, 실업, 고령화, 주택, 환경, 문화,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지역발전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을 선진국과 비교해보라. 너무도 많은 것을 시장에 맡겨왔다.
나라가 가난했기에 모두 민간주도(?)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들 욕구를 일거에 만족시키겠다는 정치인들의 선전문구는 감세정책보다 더 무책임하고 위험스럽다.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도 그만큼 무책임하며 우리의 정체성과 경제발전과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 해야겠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정부재정 상의 도전은 하나같이 우리의 미래 산업과 관련된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정부의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이 다시 한번 요청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