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4억달러를 들여 추진해 온 쿠르드 원유개발사업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동안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해외자원 개발사업들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우리는 천연자원 소비의존도가 매우 높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자원이나 철광석 같은 광물자원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자원 개발투자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자원개발투자를 위해 사전에 사업의 타당성 검토나 경제성 분석을 제대로 행하지 않고, 남이 하면 질세라 따라하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방식에 크게 의지해왔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해외자원 투자사업 중 자금이 집행된 117건을 분석한 결과 성공한 사업은 17개에 불과하였다. 원래 자원개발투자는 매우 높은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액손모빌이나 세브론같은 세계적인 정유회사들의 경우 자원탐사 성공률이 20~30%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의 성공률은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우, 정권차원에서 실적발표를 위해 일단 터트리고 보자는 사고가 지배적이어서 합리적인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자주개발률'(전체수입자원량 대비 해외에서 개발하여 수입해온 자원량의 비율)의 증대를 내세우고 있어서, 관련공기업들이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사업타당성 검토는 뒤로 한 채 외형부풀리기 사업투자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공적인 해외자원 개발투자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감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쿠르드 원유개발사업 이외에도 러시아 서 캄차카 해상광구를 비롯 12개곳의 탐사실패로 인해 3732억원의 손실과 함께 시추공의 시추실패로 11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이렇게 무모한 해외광구투자 때문에 석유공사는 지경부 산하 23개 공공기관중 부채증가율이 가장 높아 최근 5년 동안 무려 339%에 달했다. 그 결과 부채규모는 2005년 3조3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1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이로인한 금융비용 또한 2008년 326억원에서 2010년에는 2418억원으로 2년동안에 무려 7배나 늘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2년 부채규모는 20조5000억원으로 그리고 금융비용은 4994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부실투자로 막대한 손실의 발생과 함께 부채가 급증하면, 이는 물론 국민의 세금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끝내는 국가재정마저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해외자원 개발투자의 실패사례는 많다. 실제로 한전, 가스공사, LH 등 대형 공기업들의 경우에도 해외사업에 섣불리 손대었다 손실만 보고 물러났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공기업들은 그간 정치권과 정부부처로부터의 낙하산인사가 계속되어 온데다 방만경영과 나눠먹기를 일삼으며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그야말로 비리의 온상으로 비판받아 온 터라, 이번 석유공사 투자실패는 또 한번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도 정부나 석유공사는 이번투자실패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 한 어떤 책임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일반 사기업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였다면, 경영진은 물론 기업 또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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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이렇게 중차대한 투자실패가 발생하였는데도 이에 대하여 뚜렷하게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공공기관의 잘못은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만약 이렇게 중대한 사태가 잠깐 시끄럽다가 어물쩍 넘어가버린다면, 그동안 개혁하고자 했던 공기업의 문제점들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투자실패에 대해 적극적인 개혁추진과 더불어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문책차원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