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든 3가지 짧은 생각
#. 통상 기업에선 연초에 인사이동이 있다. 필자가 담당하는 유통·식음료 기업들도 마찬가지인데, 기업 홍보를 담당하는 임원이나 부서장이 바뀐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들은 대개 언론사를 돌며 신임 인사를 한다. 언론사의 담당 부서와 안면을 트고 명함도 교환하는 것이다.
필자에게도 몇 분이 찾아왔다. 회의실에서 차 한잔을 나누며, 10여분 정도 업계에 관한 이런 저런 대화도 나눴다. 그런데 그 중 한 분이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여러 언론사를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는데, 커피 대접을 해준 사람은 필자가 처음이라고 했다. 정말 의외여서 “추운 날씨에 손님이 왔는데 따뜻한 차 한 잔 내주는 곳이 없었냐”고 되물었다. 가는 언론사마다 그냥 선 채로 인사만 하고 나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후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기업에 계신 분들에게 몇 차례 들을 수 있었다. 자기 회사를 좋게 알려야 하는 담당업무 때문에 언론사에겐 ‘을’의 입장이 되는 분들이라곤 하지만, 이런 식의 결례는 아무래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막상 필자가 그랬던 것도 아니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정도 상황은 어쩌면 ‘양반’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상식에 기반한 일반적인 계약관계가 아니라 생사여탈까지 좌우하는 살벌한 ‘갑-을 관계’가 우리사회 도처에 널려 있으니 말이다.
#. 얼마 전 편집국장께서 필자를 비롯한 본지 데스크들에게 책을 한 권씩 돌렸다. 제목은 ‘격을 파하라’인데 35년 경력의 프로듀서(PD)인 송창의 tvN 본부장이 썼다. 인기 프로그램을 많이 연출했던 베테랑 PD답게 경험에서 우러난 콘텐츠와 여러 가지 스토리가 꽤 재미있었다.
‘마음만이 진정한 관계를 만든다’, ‘일을 만나지 말고 사람을 만나라’ 같은 사람관계에 관한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PD가 방송국 내에서 지금보다 훨씬 힘이 세던 예전 시절에도 저자는 스탭이나 연기자에게 마음을 열고 일했고, 그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프로의 세계에서도 갑-을 관계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인간 관계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런 인간 관계를 얼마나 맺었나’라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많이 부끄러웠다.
#. 그 책에서 공감 갔던 대목 하나 더. 삶이 풍부해야 설레는 마음이 생기고, 설레야 열정도 생긴다고 했다. 하여 최근 주말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음악을 실컷 들었다. 그 중에 너무 좋아서 10번도 더 들었던 곡이 있다. 'No Woman No Cry(여인이여 울지 말아요)'.
이 노래는 원래 흑인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레게 가수 밥 말리가 불렀는데 자신을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바친 사랑 노래로 알려져 있다. 내가 들은 건 포크가수 존 바에즈가 유럽 공연에서 부른 버전이다. 약간 느린 원곡을 경쾌한 리듬으로 편곡, 부드럽고 깨끗한 목소리로 '풀었다 잡았다'하며 정말 끝내주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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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듣다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좋은 사회일수록 상대적 약자인 여인들이 괴로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주요 선진국들을 쭉 보면 정말 그렇다. 특히 아이 낳아 키우고, 교육 시킬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인들은 아이 낳아 기르는 일이 너무나 힘들다. 화가 나거나 울 일도 많다. 우리나라가 좋은 사회가 되려면 분명 아직 많이 멀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모두 있다.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좋은 사람을 뽑아야겠다.
올해 우리 모두의 삶도 'No Woman No Cry '의 후렴 가사처럼 됐으면 좋겠다. '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모든 게 다 잘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