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시발점으로 최근 정국은 온통 북한 관련 논의로 휩싸여 있다. 북한에 관한 인식 논쟁의 중심점인 `내재론적 접근`은 북한을 북한 사회의 구성 및 운영원리에 따라 이해하고 평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재론적 접근은 `윤리적 상대주의`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정 상황과 무관한 절대적 도덕 원칙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내재론적 접근 논란을 보면서 1968년 앨버트 카(Albert Carr)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해 지금도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논문이 떠올랐다. 그는 기업을 포커 게임에 비유하면서 기업은 사회의 윤리기준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그 기준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포커 게임에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규칙은 `상대방 속이기(bluffing)`라고 볼 수 있는데, 사기나 폭력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상대방을 속였다고 해서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업의 윤리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게임의 윤리이며, 따라서 다른 윤리 예컨대 종교의 윤리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회의 이상적인 가치관으로서 모든 사회에 적용되어야 하는 황금율은 기업을 이끄는 가이드가 될 수 없다는 것. 기업가들이 사적인 삶에서는 대단히 윤리적일 수 있지만 고가격 정책, 비밀주의 등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행하는 많은 활동들은 상당히 다른 윤리기준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게임 플레이어일 뿐인 기업인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 남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행동을 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Carr의 입장이다. 만약 어차피 다른 누군가 할 것이기에 이러한 행동은 바로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커게임의 비유가 갖는 문제점을 여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기업이 일반적인 사회의 기준에 따라 평가될 수 없는 자신의 독특한 기준이 적용되어야하는 독자적인 세계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기업이 포커게임처럼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독자적인 세계 속에 있다고 볼 수 없기에 포커게임의 비유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둘째, 포커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상대방 속이기라는 포커게임의 규칙에 동의하고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기업에만 적용되는 윤리적 원칙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보편적 윤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성립한다.
셋째, 독자적인 가치기준이 다 똑같이 옳을 수 있다고 여기면 윤리적 비판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비판이 없으면 윤리적 진보를 이루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개혁이 불가능해 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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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다보면 어쩔 수없이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예컨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설회사의 4대강 담합의 경우도 정부가 한꺼번에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이면서 자격을 가진 기업이 제한되어 있다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구역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설회사 측의 주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독자적인 기준에 맞추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과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해는 하더라도 잘못을 용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업경영의 기준이 일반 사회의 기준과 같아야 한다는 인식이 기업을 좀 더 윤리적으로 경영되도록 만든다. 이처럼 현실적 잘못을 직시하고 보편적 윤리원칙에 맞게 행동하려는 의지가 바로 사회를 한걸음씩 진보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