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가 논에 밭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한다기에 참여했습니다. 주변 귀농인들에게도 권유했습니다. 논에 밭작물을 심다보니 첫 해 손실을 봤지만 내 선택이고 타작물 지원금이라도 있으니 손실을 감수했습니다. 올해 심을 작물을 정하고 굴삭기를 동원해 물 빠짐 시설까지 무리해서 해 놓았는데 면사무소에 가보니 올해는 정부 지원이 없답니다. 2013년까지 한다고 했던 사업을 지금 와서 갑자기 접으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올해 초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귀농인의 하소연이다.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이 올해부터 큰 폭으로 축소된 게 귀농 6년차라는 이 농부를 격분하게 만들었다.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은 쌀 생산을 줄이기 정부가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한 정책이다. 2010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 본격 도입했다. 2009년, 2010년 쌀 자급률이 100%를 웃도는 등 쌀은 공급과잉인 반면 기타 작물의 자급률은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2013년까지 3년 동안 매년 4만ha의 논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실시하고 이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쌀 대신 타작목을 재배해 생기는 손실은 ha당 300만 원까지 보전하겠다며 적극 권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본격 시행 1년만인 올해 대상 면적을 8분의 1(5000ha)로 축소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게 결정적이었다. 2013년까지 계속할 것이라는 정부 말만 믿고 논을 밭으로 갈아엎었던 농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그리고 15일 날벼락이 또 떨어졌다. 쌀 생산량이 올해도 감소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이 사업을 폐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줄지만 소비량 감소 추세와 재고, 해외 수입물량을 감안하면 수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면서도 사업을 완전 접기로 했다.
예측이 힘든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업정책의 어려움은 시쳇말로 '납득이 간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쌀 생산량 감소는 폭염, 집중호우, 태풍 등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의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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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확대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던 정책을 예고도 없이 폐지하면서 정부 정책에 호응한 농민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피해 농민에 대한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농식품부 당국자의 답변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