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원화절상의 명암

[MT시평]원화절상의 명암

신성호 기자
2012.11.08 06:45

지난 주말에는 좋은 가을날의 산행을 했다. 붉게 물들은 산에서 구름 몇 점 떠도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짙푸른 빛깔의 맑은 산골짝 물에서 졸졸 소리 듣는 것은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정취이었다. 또한 선선한 공기와 엷게 스쳐가는 가을바람은 나를 은근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빠지게 했다. 더구나 곁에는 막걸리도 한통 있으니 이만한 만족을 어디서 찾을까 싶다. 실로 이러한 가을 날 오후는 살랑거리는 봄바람 속의 따사로운 봄볕 같이 필자에게 여러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러한 만끽도 잠시, 현실로 돌아와 주 업무인 기업실적과 경제수치를 챙기다 보면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다. 상반기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나 줄었고, 올해 3분기 성장률 1.6%로 떨어진 점에서 보듯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이후 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야금야금 둔화되는 경기추이가 빠른 시일 내 반전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년에 구조조정이 몰아닥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걱정이 태산인 것은 세계교역증가가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환율전쟁을 야기 시키면서 자국 화폐가치를 절하시키고 때문이다. 부연하면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에서 큰 장애가 발생한 것인데, 우선 세계교역이 세계경기 침체로 인해 둔화되고 있다. 물론 세계교역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IMF에 따르면 세계교역 증가율은 올해 3.2%에서 내년에는 4.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4.5%를 1990년 이후 올해까지 평균 교역증가율 6.1%와 비교하면 그 수준은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1990년 이후 세계교역증가율이 4.5% 이하였던 5번을 제외하면 평균 세계교역증가율은 8.1% 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내년에 세계교역증가율이 회복되어도 우리 경제에 도움 될 수준이진 않은 것 같다. 특히 9월까지 우리 수출증가율 누계가 -0.3%인 점을 감안하면 4.5% 증가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듯싶다.

이처럼 수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원화환율이 빠르게 절상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셈인데, 8월 말 1134원이었던 원/달러가 근간에는 1090원 내외로 까지 절상되었다. 이 속도는 동일기간 다른 국가의 환율절상 보다 월등하게 빠른데, 문제는 현재와 같이 내버려 둔다면 원화절상이 더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자국의 내수로는 자국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어렵기에, 수출에서 자국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들의 수출이 충분히 늘어날 때까지 선진국들은 돈을 풀어 자국 화폐가치를 낮추려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채산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그간 밀어내기 식 수출로 버텼던 우리 기업들이 한계를 맞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다. 때문에 우리 당국도 선진국처럼 환율에 대해 대응했으면 한다.

물론 원화절상을 용인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원화가 절상되면 수입물가가 떨어져 물가안정에 도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안정은 수입물가 하락 만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이때의 물가안정은 경기위축으로 인한 수요둔화에서 기인하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즉 수출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결국 가계수입 증가둔화로 이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가계지출이 둔화(수요둔화)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물가가 안정되는 점도 큰데, 이 과정에서는 내수업체가 타격을 입게 된다. 정리하면 원화절상으로 인한 물가안정의 긍정적인 점과 경기위축의 부정적인 면을 세세히 따져 환율정책이 세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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