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부들과 가진 모임에서 대선 이후 정치권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체감할 수 있었다. 특정 후보가 당선이 되면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준비파부터, 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대기업을 손 볼 것이라는 등 근거가 불분명한 루머들이 나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난감하다는 걱정파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우려들을 쏟아냈다.
또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다루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위원들끼리 걱정하며 나눈 말들도 예사롭지 않다. 기업이 어렵고 내년도의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혹시 내년에 노동위원회에서 다루어야 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까라는 불안한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매니지먼트 에디터인 울드리지(Wooldridge)는 경영이론이 모든 사회를 풍미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유로서 매니지먼트 이론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불안과 탐욕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지도자를 뽑는 대선정국은 경영자부터 중견관리자에 그리고 일반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불안 속에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기업이 있고 적게 영향을 받을 기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업의 경영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며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이루어져 온 관행을 바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변화의 실마리를 인간의 본능인 불안과 탐욕으로부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향후 경영상황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경영상의 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물 흐르듯이 그 때 그 때 변화된 상황에 적당히 맞추어 나가면 될까? 지금까지 경영자들이 습득한 지혜는 바로 뛰어난 현실적응성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탐욕의 억제라는 수단을 통하여 줄여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삼성카드 등과 같은 금융권 그리고 현대중공업 등과 같은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산업분야에서 명예퇴직을 실시 중이거나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장의 수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년의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미리 대비한다는 것인데 만약 신청자가 적을 경우에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현실이다. 이러한 결정이 미래의 불안을 종업원의 희생을 통하여 해소하려는 방안이라고 하면 너무 과한 주장일까.
소용돌이치는 대선 정국에서 우선 당장 시급한 것은 경제의 어려움에 동참하고자 하는 기업의 구체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의 창출이다. 그런데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경제가 어렵고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을 시행하고자 하는 기업의 결정은 기업에 대한 불신과 반기업정서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될 것이다. 탐욕을 줄임으로써 고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려는 적극적인 행동이야 말로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해고는 기업이 위기에 대처하는 수단 중에 최후로 사용하여야 할 극약처방이라는 자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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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앞으로 다가 올 기업환경의 변화가 적절한 이윤의 추구와 공생을 통한 불안의 해소라는 인식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