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훌륭한 리더의 조건

[MT시평]훌륭한 리더의 조건

문형구 기자
2013.01.10 06:00

훌륭한 리더는 부하 모두에게 자신의 원칙을 예외 없이 동일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요구할까. 아니면 원칙은 지키면서 부하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리더십을 발휘할까. 어쩜 답이 너무 당연한 듯 보이는 질문이지만 새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최근 통합의 리더십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장면 1: 며칠 전 한 일간신문에서 읽은 고문기술자 이근안씨와의 인터뷰 중 눈에 띈 두 문장. '나라를 위해서만 일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이런 취급을 받나 싶어 억울하기도 했다' '그저 그 때는 상부의 명령을 목숨처럼 알았다' 리더의 명령을, 리더가 달성하라고 요구한 목표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달성하고자 하였던 부하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의 회한 속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명령에 대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응한 동료들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장면 2: 지난 학기 나의 수업을 듣는 학부와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 성공한 리더에 관한 인터뷰를 과제로 내주었다. 수강생 각자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혹은 리더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리더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리더의 말로 확인해 보고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라는 과제였는데, 성공적인 리더의 특징으로서 부하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게 다른 리더십을 발휘한 리더를 지적한 경우가 많았다.

리더십의 최근 흐름도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인 리더십 이론은 리더와 부하와의 관계를 리더는 부하 개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부하와의 관계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에게 똑같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공정하고 진정한 리더십이라 보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리더와 부하와의 관계는 개별적인 관계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부하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특성에 따라 다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관점이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조직 내에서 자기 이익을 실현하려는 방식은 다양하다. 회사 일은 적당히 잘리지 않을 정도로 하면서 개인 일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종업원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의무는 적당히 때우는 종업원도 있다. 각종 음모 가십에 의존하면서 조직 정치에 몰두하는 종업원도 있고, 누가 뭐라던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행하는 종업원도 있다. 묵묵히 일하는 종업원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도 모르고 그저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종업원이 있고, 일의 의미에 고무되어 열심히 일하는 종업원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종업원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동일한 원칙을 똑같이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원칙이 훼손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르게 대하여 하나로 묶는 것이 옳을까.

윤리적 기준의 절대성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윤리적 상대주의라고 부른다. 윤리적 기준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하는 윤리적 상대주의는 도덕적 기준은 한 사회가 옳다고 믿는 바에 의존한다는 주장이다. 즉 특정 상황과 무관한 절대적 도덕원칙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것일까. 윤리학자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하여 두 종류의 상대주의를 구분하고 있다. 즉 판단의 상대주의와 기준의 상대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판단의 상대주의는 같은 기준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 기준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주어진 상황, 당사자의 신념과 특성 등에 따라 구체적인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의 상대주의는 윤리적 상대주의의 주장처럼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인간이 지닌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기준은 언제 어디서나 지켜져야 할 기준이지만 소극적 권리를 강조할 것인지 적극적 권리를 강조할 것인지 권리간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인권보장의 구체적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권의 보장이라는 근본적인 기준은 동일한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천명한 원칙을 지키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모든 부하에게 동일한 요구를 하는 것은 뛰어난 리더가 할 바가 아니다. 부하 개개인이 바라는 바에 따라 다른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개별적인 부하들이 바라는 바에 맞추어 자신이 천명한 원칙을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보여줄 것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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