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의 위대한 발명 중의 하나라 하는 GDP통계에는 맹점이 하나 있다. 가정에서 생산 소비되어 시장을 거치지 않은 대부분의 품목은 누락되기 때문이다. 집에서 재배하는 상추나 어머니의 된장찌개는 GDP에서 빠진다. 물론 지하경제에도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모든 국민이 된장찌개를 밖에서 사먹는다면 어떨까. GDP도 올라가고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농담치고는 좀 심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 산업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두 나라를 예로 보자. 하나는 스웨덴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다. 먼저 통계부터 보자. 관련된 통계가 모두 이용 가능한 2006년을 기준으로 스웨덴의 보건복지 산업에는 16%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GDP의 10%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되고 있다. 물론 사회복지 지출 수준도 높다. GDP대비 무려 28.4%에 달하는 사회복지지출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어떠한가. 보건복지 산업에는 7%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GDP의 6%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생겨난다. 놀랍게도 이탈리아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스웨덴과 유사한 수준(25.1%)이다. 노르웨이는 GDP의 20.4%를 사회복지에 지출하여 전체 근로자의 20%가 보건복지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그리스는 GDP의 21.3%를 사회복지에 지출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5%만이 보건복지산업에서 일한다. 참고로 2006년에 우리나라는 GDP의 7.4%에 달하는 사회복지 지출을 했지만, 보건복지 산업에서 활동하는 근로자는 3.0%이며, 부가가치는 GDP의 3.4%에 그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일까. 한 나라(스웨덴)에서는 된장찌개를 모든 국민이 국공립 가게에서 사먹기 때문이고, 다른 나라(이탈리아)는 여전히 어머니의 된장찌개를 집에서 먹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자는 공공 돌봄에 의존하고, 그리고 후자는 가족의 비공식 돌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공무원이, 후자는 여성이 영유아·장애인·노인을 돌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는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고 후자는 고용창출이 없는 것이다. 또 전자는 대학 졸업자 중심으로 표준화된 근로를 하기에 서비스 품질 수준이 높고, 후자는 품질을 알아낼 길이 없다. 전자는 공공부문이지만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고, 후자는 가족에 의한 돌봄 서비스의 독점적 비효율이 나타난다. 전자에서는 모든 아이가 나의 자녀이고 모든 고령자가 나의 부모이지만, 후자에서는 나의 가족만이 가족인 것이다. 전자에서는 사회적 자본 수준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후자에서는 무도덕한 가족주의(amoral familism)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와 관련된 지하 경제는 어떤 나라에서 더 클까. 스웨덴에서는 국공립시설의 공무원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지하 경제가 생겨날 수 없다. 가족이 돌보는 이탈리아에서도 지하 경제가 생기기 어렵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 여성들은 돌봄을 포함한 가사를 값싼 개도국의 이민자들에게 맡겼고 결국 거대한 지하경제가 만들어졌다. 어머니의 손맛이 사라진 된장찌개를 먹게 된 것이다.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에 빗대어 돌봄 드레인(care drain)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복지지출 수준은 남부럽지 않게 높지만, 일자리와 GDP 그리고 세수입은 모두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의 보건복지 논의가 지나치게 돈 계산에 함몰된 느낌이다. 보건복지산업은 지식집약서비스 산업으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고용과 부가가치를 낳는 산업이다. 또 여성의 지위와 일자리와도 관련된다. 하지만 동시에 국공립 시설에 대한 수요나 도가니 사태, 그리고 이탈리아 지하경제에서 보듯이 시장실패도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이다. 두 나라의 이야기는 돈을 얼마나 쓰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함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