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저성장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

[MT시평]저성장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

원승연 기자
2013.02.14 06:41

설날 명절이 엊그제였다. 과거 설날하면 기억나는 것은 인구의 대이동이라고 칭할만큼 고향을 찾는 이들로 고속도로가 가득찬 광경이었는데, 혹자는 고향 가는데 20시간이 걸렸다는 무용담을 늘어놓을 지경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인구 이동을 보면서 한국은 좁은 땅에 비해 너무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씩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고향을 다녀오느라 고생한 분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요새는 아무리해도 부산까지 7시간 정도에 불과하니 무용담을 늘어놓을 정도로 큰 고생은 없는 셈이다.

우리는 소위 ‘다이내믹 코리아’에 살고 있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젊은 사회였다. 어디를 가나 콩나물 시루 같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세상이었다. 필자도 학교든 아니면 어디를 가든 사람들에 치이면서 성장기를 보냈던 기억을 갖고 있다. 1970년대는 유명한 경제학자인 맬더스가 예언한 인구론의 재앙이 바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 같은 시대였다.

그러나 불과 40년이 채 안되는 2013년 현재 한국은 늙은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1990년 인구의 25.6%를 차지하고 있던 0∼14세 인구는 2010년 16.1%로 축소된 반면, 65세 인구는 1990년 5.1%였던 것이 2010년에는 11.0%로 증가하였다. 더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은 2050년에 가면 고령화가 더욱 심화되어 65세 인구가 약 1,800만명 증가하여 전 인구의 37.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경제학의 여러 복잡한 이론이 있지만, 그 이론들의 핵심은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다. 장기적으로 인구성장은 곧 경제성장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15세부터 64세까지의 경제활동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현재의 시점부터,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작년 11월 발표한 OECD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60년까지 50년간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6%로 전망되었다. 이것은 50년간 전 세계 경제성장률 2.9%를 훨씬 미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미국의 동 기간 성장률 전망치인 2.0%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작년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미래 전망 자료는 잠재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주된 원인이 2025년부터 노동 투입요소가 감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맬더스 인구론의 역습인 셈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노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기초노령연금 확대와 관련된 논란 역시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베이비 부머의 은퇴 시점이 시작된 현재 노령화 사회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한번 결정된 인구구조는 적어도 그 세대가 사라지기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령화 사회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받아들여야 할 숙명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 준비가 실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바, 그것은 관성의 효과처럼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40년간의 ‘성장’에 익숙해져 있다. 물론 외환위기처럼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어느 나라보다 빠른 성장을 구가해왔다. 그렇기에 경제가 축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화하고 적응하기는 너무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장의 버블’은 끝났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최근 기초노령연금과 관련한 논란은 우려되는 바가 많다. 복지 지출의 필요성은 강조되지만, 정말 재원조달이 가능할지 누가 지불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향후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빚을 줄여야 하듯이, 과거의 경제성장 시절에 익숙하여 막연한 기대만으로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한 세대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미래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무책임한 일은 지양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이제 저성장 사회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다만 이것이 과거의 경제개발 시스템 구축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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