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복고판 금융계 인사

[MT시평]복고판 금융계 인사

원승연 기자
2013.04.11 06:00

최근 금융시장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소위 '4대 천왕'의 자리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국정철학이 다르고 전문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장 교체를 건의할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금융권 인사 개입을 부인했던 상황과 달리, 금융당국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한 셈이고 이를 모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다. 소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그렇다 하더라도 민영인 국민은행까지 정부의 영향력을 당연시하고 있는 상황은 정말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에 물러난 어떤 분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외국이면 주주들이 물러나게 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지배구조 문화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필자는 한국에 문제가 있다는 그 분의 말에 동의한다. 다만 첨언할 것은 한국에 문제가 없었다면 그 분은 그 자리에 임명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MB 정권은 금융기관의 주요 자리를 전리품 챙기듯 측근 인사들에게 배분했다. 그 분들이 어떠한 능력을 보이는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당연히 그 분들이 물러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게 된 것이고, 그것은 바로 과거 임명자 뿐만 아니라 임명되었던 그 분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과거 정권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에 대한 퇴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 정부도 동일한 관행을 답습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산은지주회사 회장 임명은 이러한 기대를 접게 만들고 있다.

무릇 기업은 매우 위계적인 조직의 형태다. 그러므로 경영 책임을 진 CEO에 의하여 회사의 운명이 바뀌어지기도 한다. 특히 금융회사는 위험을 주 재료로 영업행위를 하기 때문에, 위험의 배분을 결정하는 CEO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우리는 거대 금융회사가 CEO의 잘못된 경영으로 파산하게 되었음을 목도한 바 있다. 그러므로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금융회사의 CEO는 경륜과 업력이 최소한으로 구비되어야 한다. 단순히 관련된 학문을 연구했다거나 아니면 금융부처 공무원을 지냈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물론 어디서나 예외는 있을 터이다. 그러나 그러한 예외만을 기대하고 인사를 하는 것은 도박과 다름없는 일이고, 이는 책임 있는 정부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

필자가 관찰해본 바에 따르면, 통상 이른바 업력이 없는 문외한들이 금융회사 및 금융기관의 CEO가 되면서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자신의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외형을 확장하고 과시한다. 수신액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자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금융업에 종사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둘째, 몇 달이 지나면 본인이 상당한 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즐겨한다. 셋째, 정부와 금융당국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매우 강조하며, 항상 정부 시책을 주시하고 그에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넷째,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데 항상 비전문가를 데려오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새로운 업무에 대한 진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현재의 영역과 무관한 업무들이다.

필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이러한 범주에 이미 포함되었거나 포함될 사람들이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점만으로 금융기관 수장에 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과거 외환위기 이전 소위 시중 5대 은행이 지금은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음을 상기하기를 바란다. 그 때 우리는 정부에 의한 시중은행 인사권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절실히 경험했었다. 최근 문화계를 중심으로 복고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의 복고는 절대 사절이다. 문화계에서의 복고는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겠지만, 금융시장에서 관치금융으로의 복고는 해악만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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