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주거 이동률과 주택시장

[MT시평]주거 이동률과 주택시장

이용만 기자
2013.04.25 06:00

우리나라 주거 이동률은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주거 이동률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주거 이동률은 16%인데 반해 우리나라 주거 이동률은 그 두 배가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OECD는 주거 이동률이라는 통계를 공식적으로 공표하고 있지는 않다. 2011년 OECD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주거 이동률(최근 2년 내에 주거를 이동한 가구 비율)은 2007년 기준으로 아이슬란드가 29%로 가장 높고, 그 다음 호주(24%), 스웨덴(23%), 미국 및 노르웨이(21%)의 순으로 높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서 이와 유사한 통계를 끄집어낼 수 있다.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현 거주지에 거주한 기간을 묻는 문항이 있다. 이 문항에서 현 거주지에서의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 비율을 계산해 보면, 2010년에 24%로 나타난다. OECD 국가의 평균적인 주거 이동률보다 2배 정도 높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주거 이동률은 낮은 것이 좋은가 아니면 높은 것이 좋은가? 이런 의문은 누구나 한번쯤 가질 법한데, 여기에 정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주거 이동률이 낮다는 것은 주거가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노동이동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례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의 주거 이동률은 4% 내지 5% 수준인데, 이는 50년에 한번 거주를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 수치를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주거 이동률이 높은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거 이동률이 높다는 것은 노동이동이 활발하다는 의미도 되지만,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주거 이동은 여러 이유에서 발생한다. 주거 이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는 자가냐 임차냐 하는 주거의 점유형태다. 일반적으로 자가는 주거 이동률이 낮고 임차는 주거 이동률이 높다. 주거 이동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동유럽 국가들의 자가 거주율은 80~90%대에 이르고 있다.

주거 이동은 자녀의 성장이나 교육과 같은 가구 구성원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고, 직장 근무지의 변경이나 전직 등과 같은 노동 이동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소득의 변화 또한 주거 이동을 발생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이밖에 주택거래와 관련한 비용이나 임대차 계약 관행 등도 주거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주거 이동은 주거 점유형태, 가구 구성원의 구조, 노동시장의 유연성, 소득변화, 거래비용과 임대차제도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주거 이동률의 적정수준이 얼마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주거 이동률 지표가, 최근에 주택시장이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 4·1 부동산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현재 주택시장이 비정상이라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반대편 쪽에서는 거래량이 많았던 과거가 비정상이었고 현재가 오히려 정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그런 주장의 근거가 바로 주거 이동률이다. 우리나라의 주거 이동률이 OECD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거래량이 반토막 난 현재가 오히려 정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량이 어느 정도 되어야 적정한가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그 판단의 기준을 주거 이동률로 삼을 경우, 우리나라 주거 이동률이 OECD 평균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에다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OECD 평균에 수렴하는 것이 정상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통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논리의 정합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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