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불황탈출법 '확장적 긴축재정론' 틀렸나

[MT시평] 불황탈출법 '확장적 긴축재정론' 틀렸나

신종국 기자
2013.05.21 06:00

로고프 교수 분석실수 시인…불황극복 논쟁의 2막은?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기부양론자들과 긴축론자들의 논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지속적으로 낮은 경제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로 인한 정치적 압력과 더불어, 그간 보수적인 긴축론자들이 자주 인용해 온 하바드 대학의 로고프-라인하르트 (이하 로고프) 연구에서 초보적인 코딩 실수가 발견된 사건이 논쟁 부활의 촉매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로고프는 2010년부터 일련의 연구와 베스트셀러가 된 저술 『This time is different』 등을 통해GDP대비 공공 부채비율이 90%이상인 국가들이 현격히 낮은 성장률, 소위 '성장절벽' (growth cliff)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보수 긴축론자들은 이 연구 등을 근거로,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고 장기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해서 케인즈식의 재정지출이 아닌 긴축재정을 펼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고, 이러한 주장은 '확장적 긴축재정'(expansionary austerity)이라 불리우며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올해 4월 중순 매사추세츠 대학 (UMass)의 한 박사과정 학생이 포함된 연구팀이 로고프의 2010년 연구에서 중대한 실수를 발견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로고프는 2010년 연구에서 몇몇 국가들을 제외했으며, 이러한 실수를 수정할 경우 로고프의 ‘성장 절벽’은 거의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극단적으로 국가 부채가 높거나 낮은 국가들을 샘플에서 제외하고 나면 정부 재정지출과 경제성장률 사이의 마이너스(-)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고프는 일단 자신들의 코딩 실수를 인정했으며, 최근 수정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로고프의 초기 연구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실수가 로고프의 초기 연구 결과를 크게 달라지게 만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락된 자료 등을 추가하여 분석한 로고프의 최신 수정 연구에 따르면 공공부채/GDP비율이 90% 이상인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여전히 연간 1% 포인트 이상 낮은 장기 성장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쟁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높은 공공부채/GDP 비율이 낮은 경제성장률의 원인(causality)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아니면 단순한 연관관계 (correlation)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률은 각국의 제도, 정책, 투자, 물적/인적 자본, 국내외 상황 등 수많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데,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는 너무나 부족하다.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작위로 뽑은 수십 개 국가에 높은 공공부채 비율을 강제로 적용하고, 나머지 국가들에게는 낮은 공공부채 비율을 적용하여 십 수년 후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 보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차선책이 있다면 앞으로 보다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될 때까지 최소 수 십년정도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보수 경제학자/정치인들의 해석대로, 로고프의 연구결과는 높은 정부 부채비율이 장기적으로 낮은 경제 성장률의 원인 중 하나임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몇몇 다른 연구들은 현재와 같은 불황의 경우에는 적절한 정부지출이 긴축재정보다는 더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2012년 G7국가를 대상으로 한 IMF의 연구는 호황일 때보다 불황기의 재정 승수 (fiscal multiplier) 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하게 불황기의 재정지출은 높은 GDP 증가를 가져와 공공부채/GDP비율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드 롱과 서머스 (2012)의 연구도 있다. 이들 연구는 케인즈의 승수효과의 아이디어와 일치한다.

다시 말해, 최소한 불황기에는, 정부지출이 그보다 더 많은 GDP증가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설사 로고프의 연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정부지출의 증가가 장기성장률 하락을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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