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인터넷 갤럭시와 네트워크 경영

[MT시평]인터넷 갤럭시와 네트워크 경영

장경준 기자
2013.05.28 06:25

중세의 유럽은 곧잘 암흑시대에 비유되곤 한다. 당시 민중들은 온갖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렸음은 물론 종교적 가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십자군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광적인 마녀사냥 현상도 나타났다. 이때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인쇄술은 유럽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산업혁명, 자본주의 발흥, 민족국가 형성은 물론 소수 성직자에 의한 성경(聖經) 독점을 무너지게 했다. 여기서 구텐베르크 갤럭시(Gutenberg Galaxy)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활자가 아닌 인터넷이 모든 분야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 갤럭시(Internet Galaxy)의 시대인 것이다. 인터넷은 현대사회를 이미 컴퓨터,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등으로 대변되는 3C 중심의 정보사회로 변화시킨 상태다. 다수의 대중은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신세계에서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식과 정보의 공유와 소통이 확대되고 나아가 참여 민주주의가 활성화되었으며, 여가문화와 교육문화 등 개개인의 일상생활 패턴에까지 획기적인 변화의 물결이 도래하였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으로 일약 월드스타로 부상한 가수 ‘싸이’의 성공스토리에서도 인터넷의 적절한 활용이 주요 성공 요인 중의 하나로 거론된다.

경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으로 상거래가 이루어지면서 국경선과 장벽은 이미 허물어졌으며, 세계의 경제 주체들이 서로 연결돼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네트워크 경제’가 본격화한 상태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기업의 생산과정과 장비 역시 빠른 속도로 용도 폐기된다. 클릭 몇 번을 통해 신제품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 것이 모든 소비자에게 가능해지므로 트렌드에 뒤처지면 곧장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대다수의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현실에서 한 가지 상품에 집중할 수 있는 소비자의 인내심이 그 만큼 약해지고 주의 집중 기간 역시 짧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공중에 떠있는 럭비공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경제 환경, 그리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의 결합 및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이 필수적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정보의 확보로부터 얻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경영’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업들은 이전에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종 정보를 얻어왔다. 인적 네트워크의 긴밀성과 밀착성을 높여 질(質)이 우수하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혁신적 발상은 이질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결집될 때 발생한다. 조직 내의 비공식 채널, 임직원의 외부활동 등 다소 느슨한 관계라도 다양하고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의 확보가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가 “소수와의 긴밀한 관계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지만 다양한 다수와의 관계는 정보의 다양성과 양적 측면에서 월등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소수와의 긴밀성과 밀착성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 패턴에서 벗어나 전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보이며, 경영의 전 과정을 재해석해 새로운 대안과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다양한 소통의 장에서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싹틀 수 있도록 문화적, 제도적 장치들을 도입하고, 고객 및 협력사와도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식적인 소통경로 이외에도 블로그, 위키, SNS 등의 각종 온라인 채널 외 다수의 비공식 채널을 활용하고, 조직 내 부문간, 고객 및 협력사와의 소통과 이종 산업간 컨버전스를 강화 할 수 있는 활동이 끊임없이 모색되어야 한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이를 위한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도입 및 활용을 포함하여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적당히 흉내만 내거나 변죽만 울려서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업의 철학과 체질을 바꿀 정도의 강력한 변화의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 갤럭시에서 기업의 성패 여부는 이제 네트워크 경쟁력과 그에 기반한 창의적 가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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