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28일 밝힌 2013년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715억 원의 국세를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납 세금을 낼 돈이 없다는 것이 조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이 지난 9월 한 방송사와 함께 총 84억 원의 지방세마저도 체납하고 있는 조 전 부회장의 집을 찾았을 때도 가구도 집기도 없는 집안에서 그는 돈이 없다고 버텼다.
조 전 부회장이 살고 있는 집은 세금체납으로 압류돼 공매로 나온 것을 그의 매제가 2004년 사들여 제공해준 것으로 가족명의의 옆집과 연결돼 있다. 가족이 제공한 렌터카를 사용하는 등 수백억 원 대 체납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조 전부회장과 같은 고액체납자들이 사실상 재산을 가족 명의로 빼돌리고 '모르쇠'로 일관해도 과세당국은 방법이 없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납자 본인에 대한 금융정보만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으려 배우자나 부모, 자녀 등 친척 명의로 재산을 빼돌렸다고 해도 증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넘기고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추징금을 고의로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례를 보더라도 현재 관련법은 실효성이 없다.
세금이나 추징금 등의 체납자에 한해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나 체납자와 거래를 한 사람들의 금융정보까지 살펴볼 수 있는 법 개정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도 고액상습체납을 줄이기 위해 체납자의 정의를 가족으로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 추진 의지를 지난 4월 업무보고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조만간 금융당국과 혐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와 입법기관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과세 형평성과 사회정의 차원에서라도 고액체납자들이 숨긴 재산에 대한 추적 범위 확대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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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융정보 추적이 체납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확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보완책도 분명히 마련돼야 한다. 금융정보 추적 대상의 확대는 정부 권한이 강화되는 셈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개인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과세당국으로부터 고액상습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됐거나 공식적으로 악성이라고 인정받은 체납자에 한해 가족 금융정보를 볼 수 있는 방안 등, 계좌 조회 대상의 범위는 넓히되 조건은 까다롭게 하는 방안도 동시에 고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