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근로시간 단축법안에 '노동조합'만 웃어

[MT시평]근로시간 단축법안에 '노동조합'만 웃어

김이석 기자
2013.12.06 06:00
김이석 시장경제연구소 소장
김이석 시장경제연구소 소장

국회에 상정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연내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국회에서 입법되었거나 입법이 시도되는 법안들 가운데 노동과 관련된 법안중 다수가 마치 노동시장은 시장이 아닌 것처럼 다루는 것 같아 우려된다. 노동시장도 엄연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하는 시장이다. 이 점을 망각하면 약자를 돕겠다는 좋은 의도에서 시도된 입법이라 하더라도 결과는 엉뚱하게도 이들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갑 의원이 투자자들로부터 저평가돼 자본 확충에 애로를 겪는 기업들을 지원해 주기 위해 주당 1만원이라는 주가 하한선을 두는 입법을 제안했다고 해보자. 그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제 주가 1만원에 못 미치는 기업들이 새로운 설비투자를 하거나 임금을 더 줄 수 있어 경제전체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혹시 새로운 주식을 더 비싼 가격으로 산다고 하더라도, 주식 투자자는 수중에 비싸진 만큼 더 적은 돈이 남게 된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자신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법적으로 규정한 주가 1만원 미만인 5000원인 회사의 거래는 실종될 것이고 주식 투자자들은 1만원보다 비싼 주식을 사려고 할 것이다. (1만원 미만이라는 법적 하한선이 있어서). 주식시장에 들어올 자금총액에 별 변화가 없다면 미소를 머금을 사람은 갑 의원의 예상과 달리 주당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기업의 CEO일 가능성이 높다. (캘러헌, 「대중을 위한 경제학」).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이다. 취업자들(그 대변자인 노동조합)은 1만원이 넘는 주가를 가진 기업의 CEO와 같은 입장이고, 미취업자들은 주가가 5천원인 기업의 CEO와 같은 처지이다. 노동의 가격을 강제로 일정액 이상으로 묶으면, 기업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 줄 사람으로 고용을 한정한다. 최저임금제는 취업자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임금의 인상처럼 근로시간의 단축은 여가의 증대를 의미하므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을 법으로 강제하면 최저임금제와 다름없는 문제를 초래한다. 아마도 근로시간 단축 법안의 취지는 취업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줄인 시간을 채워줄 미취업자들의 취업을 기대한 것일 수 있다.

급여가 줄기를 바랄 취업자는 없을 것이므로 실제로 근로단축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은 정부나 공기업이거나 급여인상 여력을 가진 일부 대기업에 불과할 것이다. 나머지 기업들에서취업이 늘어나기는 어려운 가운데 노사갈등만 커질 수 있다. 경기침체 속에 살아남기도 벅찬 많은 기업들에게 또 다른 짐을 지워줄 뻔 했다.

이미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론이 난 법안을 되뇌는 까닭은 노동시장과 관련된 법안들이 투표권을 가진 사람(혹은 노동단체)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경제원리에 반하는 포퓰리즘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발의되는 과정에서 여러 경로로 예상되는 결과들을 검토했더라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최종적으로는 제안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의원입법의 경우에도 규제영향 평가라는 여과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흔히 시장원리를 따르지 않을 때 의도와 정반대되는 결과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을 두고 시장의 복수라고 한다. 노동시장도 시장이다. 노동시장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 강제로 취업률을 높이려는 것은 시장의 복수를 부를 뿐이다. 고용은 결국 투자에서 비롯되는 파생적 수요이므로 투자를 진작시킬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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