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구글, 공모전, 저작권

[MT시평]구글, 공모전, 저작권

이항우 기자
2013.12.24 06:00

최근 국내외 언론에 보도된 두 가지 저작권 관련 기사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나는 구글이 미국 출판인과 창작자들과의 오랜 저작권 소송에서 이긴 사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업을 위해 수많은 국내 기업 공모전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저작권이 고스란히 주최 기업들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다.

구글은 2004년도에 구텐베르크 인쇄기 발명 이후 지금까지 출판된 전 세계 모든 책(약 3300만권)의 디지털 복제본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복제비(권당 10달러, 총 약 3억달러)는 연간 수십억달러를 버는 구글에게 그리 큰 부담이 아니었던 듯싶다. 그런데 2005년 미국 출판인협회와 저작자 길드는 구글이 자신들의 허락 없이 책을 복사했다며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8년여의 분쟁 끝에, 미국 법원은 구글이 약 2000만권의 책을 복사하여 일부를 웹에 올린 것은 저작권의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것이 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공중이 책을 찾는데 도움을 주며 책의 판매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 소송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 판결은 모든 복제를 기본적으로 불법으로 간주하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에서는 모든 복사가 기본적으로 합법이라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영리기업 구글이 고작 디지털 카탈로그를 제공하려고 ‘구글 북스(Google Books)'를 시작했을 리 만무하다. 구글은 한 때 출판인과 저작자들에게 저작권 침해 보상비를 지불하는 대신에, 모든 도서를 자유롭게 복사하고, 원문의 20퍼센트를 웹에 게시하며, 절판된 책의 디지털 복사본을 출판할 배타적 권리를 보유하고, 전자책 판매와 광고 수익을 65대35의 비율로 나눈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구글 북스’ 혹은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 대한 일각의 의심은 여전하다.

저작권 기한이 만료된 책은 이미 공공에 개방되어 있다는 점, 절판되었거나 저작권자를 찾기 어려운 책에 대한 권리를 구글이 독점하게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점, 저작권이 살아있는 절판된 도서의 디지털 복제본 판매는 출판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지식에 대한 대중의 자유로운 접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구글은 확실히 남의 저작물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플랫폼 자본이지만, 최근 각종 공모전을 통해 대학생들의 저작물을 몰수하는 일부 국내 기업들의 플랫폼 장사에 견주면 차라리 양반이라 부를 만하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즈음 대학생들 사이에 공모전 수상경력은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인턴, 봉사활동과 더불어 ‘8대 스펙’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대학생들이 각종 공모전에 참가하지만, 주최 기업은 공모전에 제출된 모든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자신들에게 귀속시킨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전 작품을 변형하여 새 공모전에 참여할 수가 없다. 저작권 위반이라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들의 창작물을 자기 것으로 만든 기업은 그것을 마음대로 변형하고 활용하여 커다란 수익을 얻고 있다.

공모전 참가 학생들에 대한 착취라고도 볼 수 있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기업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결코 착취가 아니라고 한다. 플랫폼 자본주의에 흔히 등장하는 이른바 ‘free labor(무료·자유 노동)’를 떠올리게 하는 논리다.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의 모든 작업을 무료로 사용하지만, 참여는 결코 강제된 적이 없기에 착취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산물에 대한 통제권 상실에서 오는 사용자·소비자들의 소외감이 계속 커진다면, 황금알을 낳는다는 플랫폼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