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민씨 집안 두 딸 '주화·영화' 어디로?

[우리가 보는 세상] 민씨 집안 두 딸 '주화·영화' 어디로?

송지유 기자
2013.12.26 06:30

민씨 집안에 딸이 둘 있었으니 이름 하여 주화와 영화다. 이들은 단언컨데 2013년 대한민국을 들어다 놨다 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나라 곳곳이 '민주화'와 '민영화' 때문에 바람 잘 날 없으니.

큰 딸 민주화는 경제와 단짝이다. 원래는 서로 이름조차 몰랐던 사이였는데 지난해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속히 친해졌다. 민주화가 경제와 절친이 됐다는 소식에 각계각층의 기대가 쏟아졌다. 이들이 만나면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이 단번에 해결돼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경제와 민주화가 만난 지 1년. 이들은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일진'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됐다. 전방위적 기업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는 기본이고, 기분이 언짢다 싶으면 대기업 총수도 마음대로 불러 들였다.

경제와 민주화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중소기업을 유독 챙겼다. 서슬 퍼런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전통시장, 골목상권,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아무 말도 못 붙였다. 대형마트는 새로 문을 열기가 어려워졌다. 기존 영업점은 한 달에 2번 무조건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런데도 전통시장과 동네슈퍼 매출이 오르지 않자 이번에는 대형마트에서 농.축산물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실정이다.

면세점과 식자재 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위한 법 개정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돈이 될 만한 사업장에는 대기업 입찰을 원천 봉쇄했고, 기존 사업장 운영까지 사사건건 간섭했다.

둘째 딸 민영화는 공공기관을 개혁한다며 다니는 곳마다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엔 철도와 의료 부문에서 문제가 생겼다. 철도노조는 민영화를 반대한다며 역대 최장인 17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 수 천 명이 직위 해제됐고, KTX·새마을호 등 여객은 물론 화물 열차 운행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의료 영리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사회 기득권층인 의사들마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영리법인 설립과 원격의료 도입 추진을 중단하지 않으면 다음달 11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대대적인 진료거부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제 민주화도, 공기업 민영화도 그 취지는 좋다. 다만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민주화가 대형마트와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웠지만 전통시장과 중소기업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애꿎은 소비자가 불편을 겪고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농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기업에 진입장벽을 쳤더니 해외 유통업체와 면세점이 판을 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막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민영화의 논리는 맞지만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시장경제의 한 축인 '작은 정부'의 핵심은 공공부문 민영화인데도 '민영화=나쁘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국민이 괴롭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경제 민주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어떻게 펼칠 지 원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 급하게 서두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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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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