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한국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인가?

[MT시평]한국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인가?

양원근 기자
2014.01.07 06:00

2013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3%로 1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혹시 디플레 징조는 아닐까 불안하다. 몇 해 전에 필자가 만난 일본인 A씨가 기억난다.

유명 사립대학을 나와 은행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엘리트 직장인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인생이 허망하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89년 도쿄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주택을 30년간 매달 원리금 상환조건으로 당시 11억원에 구입하였다. 극도로 내핍한 생활을 하며 매달 원리금을 지불하였고 아직도 꽤 남았다. 현재 그 주택 가격은 3억원 정도 된다.

일본에서는 주택, 부동산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일본 전체를 20년 넘게 무기력하게 만든 디플레의 위력이다.

2012년 말 아베 총리는 통화 공급을 매년 50%씩 증가시켜 강제로라도 인플레이션을 만들겠다는 극약처방을 발표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일본은 GDP대비 국가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인플레가 나타나 금리가 올라가면 국채보유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는, 성공하기도 어렵고 대단히 위험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은 디플레가 얼마나 참혹한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근 경제는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소비가 부진하며 성장이 저조하다. 그러다보니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대단히 이례적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높은 인플레가 일상이었다. 인플레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임금 생활자를 궁핍하게 하고 자산가를 이롭게 한다. 짧은 기간에 계층분화가 커졌다. 마음이 급해진 많은 국민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채를 통해 대표적인 실물자산인 주택 구입을 서둘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물가상승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경제 흐름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제 어쩌면 계층의 분화 정도가 아니라 부채의 가치 상승과 자산가격의 하락이라는 이중고통의 시절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의 디플레 가능성은 총수요 부진 때문이다. 80년대부터 외환위기 전까지는 15% 가까이 되던 평균 소비증가율이 지난해 상반기에는 1.6% 증가에 그쳤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부채를 통한 소비도 한계에 이르렀다. 고령화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과 대규모의 가계부채로 총수요 전망도 밝지 않다.

주택의 주요 구매연령인 35~54세 인구는 2012년이 정점이었다. 35~54세 인구가 정점일 때 주택시장 침체가 일본, 미국 등에서 시작되었다. 그나마 그 수요층이 부채를 잔뜩 짊어지고 있다. 총수요 부진과 함께 금융부문의 침체도 문제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가 되며 금융기관들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 따라서 극도로 보수적인 경영을 하게 되고 자금이 기업으로 원활하게 흘러 들어가지 못하여 성장을 견인하지 못한다.

1994년 그린스펀은 인플레를 선제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당시 3%의 미국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5년간에 걸친 저금리 기조를 반전시키는 조치는 주식, 채권 가격을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하며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가 되었다. 이제 20년 만에 또다시 5년여의 저금리 기조를 종식시켜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이 글로벌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때 한국은 자산 디플레 발생가능성이 최고로 높아질 것이다. 긴축정책은 선이고 확장정책은 악이라는 믿음이 오랜 기간 한국 사회를 지배했다. 왜냐하면 확장정책은 인플레로 자산가를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믿음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