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란 무엇일까.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을 말한다. 주택매매나 전세 등의 과정에서의 사기, 대출사기, 물건판매사기 등이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사기일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전자금융사기가 횡행하는 모양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에 흔한 사기 중에는 보험사기도 있다. 보험에 가입하고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는 사기다. 경제여건이 어려워지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보험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을 해하는 보험범죄가 일어나는 등 수법이 잔혹해지고 조직화, 지능화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생명보험 산업 규모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8위다. 경제규모가 세계 15위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시장 규모 측면에선 이미 '선진국' 대열이다. 하지만 보험범죄 대응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 크게 미흡하다.
실제로 2010년 기준 보험범죄 피해액은 3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적발된 금액은 3800억원에 불과하고 미적발 금액은 3조원이 넘는다. 이는 시장규모가 우리나라의 3배에 달하는 영국의 19억 파운드(3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로 정말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보험범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선 선량한 소비자에 금전적 손해를 입힌다. 부당하게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되면 선량한 계약자들이 더 많은 보험료를 채워야 하므로 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로 배금주의 조장과 강력범죄 양산을 꼽을 수 있다. 가족을 동원하여 장기간 허위입원을 통해 7억 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사건, 보험금을 노리고 전(前) 남편을 살해했다가 공소시효 25일 전에 검거된 사건, 보험금 때문에 자신의 자녀를 살해한 사건 등 등 지능적이고 흉포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보험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보험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망의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 보험업법에 보험범죄 금지 및 처벌 조항을 신설한 것은 환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험범죄를 일반 사기죄와는 별도로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보험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9년부터 '정직한 보험질서 확립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과제에 보험범죄 근절을 포함시켰다. 보험업계 또한 보험범죄 조사인력을 매년 확대하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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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험범죄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보험범죄를 가볍고 관대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험범죄는 보험회사의 피해에 머물지 않고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여 국민들의 지갑을 털어간다. 또 보험범죄자들은 동정의 여지가 없는 중범죄자이다. 돈을 목적으로 인명을 살상하며 심지어 부모와 자녀, 배우자 등을 위해하는 패륜범죄가 많기 때문이다.
춘추시대 중국 송나라 양공(襄公)은 초나라 군대가 홍수(泓水)를 건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나라 장수 목이(目夷)가 적이 강을 모두 건너기 전 기습할 것을 제안하자 "적이 어려울 때 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라며 이를 묵살했고, 결국 승기를 놓친 송나라는 패배했다. 모든 일에는 적기가 있으며 이를 놓칠 경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더군다나 보험범죄는 그 자체가 사회악이고 나날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그 대응을 미룰 수 없다. 급증하는 보험범죄에 대응하여 그에 맞는 처벌 강화와 국민의 인식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