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차이나 '톱도그' 시나리오

[MT시평]차이나 '톱도그' 시나리오

박한진 기자
2014.01.14 06:03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란 말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2007년 미국의 저널리스트 사라 본지오르니(Sara Bongiorni)가 책(A Year Without Made in China)을 펴낸데 이어 국내에선 TV 다큐멘터리로도 제작, 방영됐다. 중국산 제품이 없으면 일반 가정에서 당장 하루 버티기도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중국문제가 한순간에 대중의 관심사로 바뀌어 버렸다.

중국은 스스로는 크리스마스에 쉬지 않고 일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크리스마스 용품의 거의 대부분을 공급한다. 중국과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에서도 기념품 가게의 전통인형 하나까지 어김없이 중국산이다.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상황은 또 어떻게 될까.

영국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조나단 프리드랜드가 2014년을 맞아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중국이 톱도그가 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What will life be like when China is top dog?)

'톱도그'란 '경쟁의 승자'란 말로 중국의 G1 등극을 의미한다. 그는 앞으로 전개될 중국의 톱도그 시나리오가 과거 50년간 지속된 미국의 글로벌 패권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무리 커져도 차(茶)와 딤섬이 코카콜라와 빅맥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 중국 완다그룹이 2012년 미국의 AMC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지만 세계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라며 중국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이어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중국 레노버(Lenovo)의 IBM PC 사업부문 인수(2005)와 지리(Geely) 자동차의 볼보 인수(2010) 사례다. 중국이 계속 커져도 앞으로 상당기간 서구의 브랜드는 사라지지 않고 단지 일부 소유권만 중국으로 바뀔 것이란 예측이다.

국제정치이론을 연결해보자. 미국의 정치학자 리차드 로즈크란스는 인구와 영토,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준으로 강대국, 중급국, 약소국으로 구분하는 전통적인 국가분류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21세기형 국가분류법으로 머리국가(head nation)와 몸통국가(body nation)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1999) 머리국가는 상품을 창조하고 디자인하는 나라이며 몸통국가는 그 처방에 따라 제조하는 나라다. 그에 따르면 창조국과 제조국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는 창조국이다.

로즈크란스의 분류 틀과 프리드랜드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미국, 독일, 일본은 머리국가에 속한다. 중국은 머리국가로 도약하고 싶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이윤이 박한 몸통국가이다. 창조력이 약한 탓이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한국은 어깨국가(shoulder nation)쯤 될 터이다.

중국은 더 이상 호기심 천국의 대상이 아니지만 울렁증의 대상이 되어선 더욱 곤란하다. 중국을 옆에 둔 한국이 할 일은 중국이 진정한 톱도그가 되기 전에 현실적이면서도 정교한 차이나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동네방네 주워 모은 조각들을 끼워 맞추는 아전인수식 중국전략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

프리드랜드는 '차이나 톱도그' 시대의 변화를 이렇게 예시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갈수록 음력 1월에 비즈니스 활동이 부진해질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는 중국 시청자들을 고려해 경기시간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서구 정치인들이 중국기업 투자유치에 목을 매다시피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기업들은 앞다투어 중국 관광객 유치에 나설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어김없이 중국 비즈니스의 기회요인이자 도전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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