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의 경기불황을 겪어서인지 세계의 주요 경쟁 상대국들은 모두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중에는 미국 공업제품 수출을 5년 내에 두 배로 늘리겠다더니 재선되고 나서는 2016년까지 제조업에서만 고용을 100만명 이상 신규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아베 총리도 확장적인 금융정책 추진과 함께 제조업분야 첨단기술 확보를 통해 과거 일본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던 시절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의욕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일본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계산속도가 빠른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 밀려 세계 3위로 주저앉자 올해부터 기존보다 성능이 100배 향상된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하여 1000억엔 규모의 정부예산 지원을 결정하였다. 최첨단의 기술연구와 제품개발에 중요한 관건이 되는 슈퍼컴퓨터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적자예산과 정부채무의 중압감에 사로잡혀 있는 일본정부로서는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베 총리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짐작된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은 거의 같은 시기에 '제조업의 부활'을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그들의 비교우위이자 강점인 첨단기술이나 연구개발 능력을 활용하여 부활을 꾀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
반면에, 중국은 지금까지의 성장모델이었던 개혁과 개방을 지속해 나가되 '도시화'를 새로운 성장 잠재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50% 수준인 도시화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70~8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내수확충과 서비스산업 육성 등 기존의 수출주도·투자위주의 성장모델을 보완·시정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도시화를 성장전략으로 추진할 경우, 빈부격차의 확대 등으로 정치·사회적인 곤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성장 모델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의 판단에는 공감이 간다.
한편 우리 정부도 올해 들어 비로소 성장 쪽으로 방점을 찍은 듯하다. 다만 이른바 '혁신'으로 상징되는 성장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것 같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정부당국에 건의하고 싶다.
세계경제가 통합되기 전과 달리 글로벌 경제의 급진전으로 1980년대 기업의 수명이 30년이었다면 지금은 10년 혹은 5년에 불과할만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변화의 속도가 급속해졌다. 반면에 우리의 기술수준, 인구, 경제규모 등을 감안해 볼 때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과 속도에 있어서 경쟁상대국에 비하여 충분히 비교우위를 발휘할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백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정부 당국자들의 고집스러운 버릇 중 하나가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습관이 있는데 더 이상 이러한 과거의 경험이나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미래예측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한 예로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산업을 스마트 그리드로까지 발전시키겠다는 화려한 미래예측과 함께 담대한 전략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셰일가스에 의존해야 할 상황으로 바뀌었다. 성장전략을 수립할 때에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려고 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미래는 늘 변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서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하는 체질을 만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지름길이다.
독자들의 PICK!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 유연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스스로 변화함으로써 어려운 변화를 제어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경제구조 만들기가 성장전략의 핵심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자원배분 계획을 단순 포장한 성장전략은 시장에서 버림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