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기업 우량자산 매각, 더 큰 부실 부를수도

[기자수첩]공기업 우량자산 매각, 더 큰 부실 부를수도

세종=유영호 기자
2014.01.29 07:01
↑유영호 경제부 기자
↑유영호 경제부 기자

2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기업 정상화 계획에 관련한 백브리핑을 '자청'하고 기자실을 찾았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여전히 몇몇 공기업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8월 말까지 마지막 시한을 주고 그 때까지도 하지 않으면 해당 기관장을 경질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장관의 최후통첩에 산하 공기업 내부의 분위기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 "그동안 수십차례의 내부 회의를 거쳐 줄일 것을 줄이고 없앨 것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도대체 뭘 더 이상 하라는 거냐"며 "그냥 사장보고 사표를 쓰고 나가란 얘긴지 정말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채 감축의 핵심 수단인 자산 매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부는 공기업들에 팔수 있는 자산은 모두 매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실제 윤 장관도 "(자산을 매각하는 데) 우량 자산과 비우량 자산을 구분해야 하느냐"며 우량 자산 매각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한국전력(44,700원 ▼1,150 -2.51%)공사의 호주 바이롱 유연탄광산과 캐나다 워터베리·크리이스트 우라늄광산,한국가스공사(39,050원 ▲750 +1.96%)의 모잠비크 가스전 등 이른바 '알짜자산'의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코레일 등 다른 부처 산하 공기업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영업자산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미래 핵심역량을 훼손하는 정상화 방안은 안된다고 하지만, 누가 비우량자산을 사겠는가"라며 "결국 부채 감축을 위해서는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기업이 부채 감축을 위해 알짜 자산을 다 매각하면 자칫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경우 공기업의 대국민 공공서비스 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그 동안 한전, 가스공사 등이 그동안 경영여건 악화에도 요금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우량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통해 인상 압력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과도한 자산 매각은 공공기관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는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주목할 점은 공기업 자산 매각의 '흑역사'가 모든 정권에서 항상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 2004년 노무현 정부,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모두 정권 초기 자산 매각 등을 핵심으로 공기업 몸집 줄이기에 집중했으나 정권 후반기에는 정작 서민생활 안정 등을 이유로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 공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얹으면서 경영부실을 부추겼다.

이번에도 역사는 반복될 것인지 그냥 지켜만 보기엔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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