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로 아시아가 바꾼 것이 있다. 아시아가 미국·유럽으로부터 더 배울 것은 많이 있지만 더 이상 그들의 모델을 따라가겠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지금 기업가들 중에서 미국과 유럽의 동향에 관심은 갖지만 미국, 유럽에서 떼돈 벌겠다는 이는 거의 없다. 지금은 모두 아시아, 그리고 중국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가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 냈던, 세계의 을(乙)이었던 중국이 바뀌었다. 영원한 을이라고 생각했던 13억의 중국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젠 갑(甲)이다. 중국의 부자들이 전세계 럭셔리브랜드 제품의 1/4을 소비한다. 세계 자동차 소비의 최대 시장이 중국이다. 중국은 경제규모로도 G2지만 전세계 억만장자 숫자나 포천 500대기업의 숫자도 미국에 이은 2위다. 연간 해외관광객의 수가 9100만명으로 이젠 전세계가 중국 관광객을 잡으려고 혈안이다. 한번에 55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날아다니는 호텔'이라는 프랑스 A-380비행기의 최초 비행지가 북경의 수도공항이었다.
대륙국가 중국이 지금 바닷물과 하늘을 탐내고 있다.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미국이 관리하는 태평양으로 진출하려고 일본, 한국, 동남아국가들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하늘의 배'라는 의미의 유인우주선 선조우(神舟)를 쏘아 올리고, '하늘의 궁전'이라는 의미의 우주정거장 천궁을 건설했다. 달에 사는 전설의 미녀의 이름을 딴 창어(嫦娥)라는 달착륙선을 쏘아 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달을 품은 중국', '물을 안으려는 중국'이 지금 대륙국가 중국의 얼굴이다.
아시아에서 이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고 미국이 나섰지만 구멍 난 재정의 덫에 걸리자 꼭두각시를 하나 썼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안주하는 일본이다. 정부부채가 GDP의 200%가 넘고 총 부채가 GDP의 500%를 넘는 빚쟁이 나라 일본을 꼬드긴 것이다. 일본이 돈을 무지막지하게 풀고 엔화를 절하시키고, 자위대를 늘리는데도 미국은 수수방관이다. '일본을 때려줘야 한다'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영토문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문제에 있어서도 일본 가서는 큰소리 펑펑 쳤지만 막상 중국에 가서는 의제로 꺼내지도 않았다. 전세계에서 가장 재정이 취약하고 부채비율이 높은 일본이 날뛰지만 정작 내수는 더 나빠지고 디플레는 더 심해지고 있다. 일본이 언제까지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역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달려 있고, 미래가 얼마나 가까운지 지금 얼마나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 미국이 대단한 나라지만 이젠 중국이 더 대단한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의 과정에서 당당하게 설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재미난 것은 지난 1800년간 중국으로부터 공자사상을 배우고 사서삼경을 외웠던 유교 장학생인 한국이 지금 중국 공산당에게 삼성전자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상전벽해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이나 삼성전자, 혹은 삼성의 기술은 배우겠다는 것이 아니다. 삼성의 '1등 정신'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배울만한 제2, 제3의 삼성정신을 계속 만들 수 있으면 한국은 중국의 부상이 즐겁다. 하지만 삼성의 후속 모델이 없으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선생님 대접은 봄날의 꿈처럼 짧을 수밖에 없다. 요즘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은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진출에서 성공은 상호신뢰와 그 구축과정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한 공장이전, 물리적 M&A로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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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중국의 독특한 문화 '중국특색의 서방문화'때문이다. 중국은 서방의 것을 베끼고 흉내는 내려고 하지만 절대로 자금성을 헐고 백악관이나 엘리제궁을 짓지는 않는다. 백악관의 싱크대나 엘리제궁의 거실을 모방하고는 싶어 하지만 자금성을 흰색으로 덧칠하거나 뾰족한 탑으로 리모델링 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악관의 싱크대를 보고 중국에 그냥 들어갔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통에 머리를 싸매는 일이 벌어진다. 서방을 베끼더라도 본질은 중국이다. 중국의 특성을 더 정확히 알지 않으면 이젠 갑으로 등장한 중국에서 돈 벌 생각하면 실수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