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학적 위치, 정제능력, 물류비용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이 '동북아 오일허브' 조성에 가장 적합하다."
정부가 동북아 오일허브 조성 대책을 발표한 12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몇 번이나 거듭 강조한 말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치밀하게 마련한 대책"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울산과 여수에 대규모 석유정제, 가공, 저장시설을 건설해 석유물동량을 확보, 이를 기반으로 석유 및 석유제품의 생산·공급·저장·중개가 활발히 이뤄지며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2조원의 투자가 진행되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단기적으로 3조6000억원, 장기적으로는 무려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정부의 장미빛 전망과 자신감과 달리 이 사업이 정말 성공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분석처럼 동북아 지역의 석유소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가 지금처럼 동북아의 오일허브 역할까지 계속 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동북아 지역을 위한 제2의 오일허브가 필요하다는 것도, 또 한국이 유력한 후보지 중 한 곳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정부가 비록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금융 인프라, 전문인력 등 모두가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려운 분야들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북아 오일허브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는 상황도 우리로서는 부담스럽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이미 1990년대 후반 아이디어가 제기돼 추진해 온 사업이다. 특히 이명박 전 정부에서는 핵심 국정과제에까지 포함시켜 추진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금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 발표한 대책도 기존의 오일허브들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으로 국제석유시장 참가자들을 새롭게 끌어들일 유인책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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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이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보다 현실적이고 촘촘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계획대로 성공할 경우 경제적으로는 물론 외교·안보적으로 큰 이익을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성공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20년간 노력해 온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미빛 전망과 자신감보다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