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중국 '롱(long) 랜딩'에 대비하자

[MT시평]중국 '롱(long) 랜딩'에 대비하자

박한진 코트라 중국사업단 박사 기자
2014.04.10 07:00

박한진 코트라 중국사업단 박사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 박사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 박사

10년 전 '10년 후, 중국'이란 책을 썼다. 미래 예측은 알 수 없는 수많은 변수와의 싸움인지라 책 쓸 때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0년, 훌쩍 지나버릴 텐데 잘못 썼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면 어쩌지..."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이런 것이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눈감고 멀리 크게 보자. 계량예측기법에 따라 널뛰듯 달라지는 수치 예측은 최대한 자제하자. 트렌드 즉 추세 흐름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는 글에서부터 맺는 글까지 이 원칙을 지키려고 힘썼다. 그런 노력 덕에 10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도망가지 않고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변하지 않은 큰 이슈가 하나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연착륙(soft landing)' 논란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착륙 시나리오를 두고 양자택일식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필자의 판단으론 둘 다 아니다. 지방정부 부채 확대, 공급과잉 심화 등 성장의 고름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마당에 연착륙은 물 건너간 얘기다. 한 때 중국 경제가 계속 질주할 것이란 '노 랜딩(no landing)' 주장도 있었지만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졌으니 이 또한 옛 이야기다.

경착륙은 논쟁이 무성할 뿐 용어 자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콘센서스가 없다. 다만 정부 정책실패(policy failure)로 통화·재정적 조치의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떨어지는 복합적 상황적 상황이란 차원에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중국의 현재 상황을 경착륙 징후로 볼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 정부가 예전 같으면 감췄을 문제점들을 이젠 드러내고 고치려 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부풀리기,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지방정부 부채 등이 그것이다. 악성부채의 경우 알려진 바와는 달리 통제 가능한 수준에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다행스런 요인이다.

둘째, 반부패 투쟁과 근검절약 캠페인이 소비시장에 주는 충격도 예상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여전히 완만하나마 상승 혹은 회복세로 접어든 미국과 유럽경기는 중국의 산업과 수출경쟁력 유지에 큰 버팀목이 돼 줄 것이다.

그래서 주의를 기울여 보자는 것이 '롱(long) 랜딩'이다. 롱 랜딩이란 한마디로 점진적 성장률 하락 시나리오이다. 중국이 성장방식 전환을 목표로 한 강력한 개혁조치들을 가속화하면서 성장률은 해마다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개혁과 구조조정이라는 좌표가 있기에 낮아져도 건전한(healthier) 성장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것은 중국이 불가피하게 뼈아픈 고통의 시기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도 생활 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지구상 가장 큰 국가가 수십 년을 지속해온 성장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제이다.

'롱 랜딩'은 현재 중국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인 것으로 보인다. 급추락하지 않고 비록 힘들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낮아진다면 대내외적으로 정책 구상과 대응의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롱 랜딩' 시대의 중국은 이미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더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으려 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복수국 간 서비스무역협정(TiSA)에도 참여의사를 계속 보내고 있다. 상하이에서 시작한 자유무역시험구는 산둥, 톈진, 광둥, 광시, 윈난, 신장자치구, 네이멍구, 헤이롱장 등 전국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과거 성장률을 찍어내는 기계일 뿐이었던 산업정책은 이제 내수 및 수출입 지원기반 확충이란 뚜렷한 좌표가 보인다. 물류창고, 항만, 철도운수, 서비스업, 금융, 이런 산업들이 전에 없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롱 랜딩' 시대의 중국과 상부상조할 전략을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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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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