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월드컵과 우리 안의 함정

[MT시평]월드컵과 우리 안의 함정

신동희 기자
2014.07.16 07:56
신동희 교수
신동희 교수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선전했지만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많은 국민들이 아쉬워하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안 나와 실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객관적으로 보면 부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수준에서 매우 선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FIFA 순위 57위인 우리나라는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 중 가장 순위가 낮다. 랭킹 22위인 알제리에게 패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가 과학적·객관적으로 내린 57위라는 순위는 우리나라 축구의 객관적 현실이고 평가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부 언론이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지난 2002년, 2010년 대회들의 놀라운 성적을 상기시키며 기대수준만 높이고 대중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처럼 믿고 싶어 하고 또 믿었던 것이다. 즉 전체적·객관적 상황을 취사선택해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우리의 기대수준을 높였다. 그런 현상을 인지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인지(selective perception)라고 한다. 인간이 환경을 인지할 때, 자신에게 영향을 주거나 자신이 기대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만을 인식하는 경향을 말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했는데, 인간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고 추측하는 바대로 말하고 평가하는 것이 본성일지 모른다.

선택적 인지 현상은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말한다. 국제통신연합(ITU), 세계은행(World Bank), OECD등에서 발표하는 IT관련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단연코 선두 그룹이다. 브로드밴드, 인터넷보급률, 모바일, 스마트기기 등의 순위에서 최상위 그룹이다. 이런 순위가 높은 것은 긍정적인 것이고, 또 우리나라가 IT강국이란 점은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내실을 살펴보거나 전체적 상황을 본다면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브로드밴드 가구당 보급률은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고, 주거형태가 밀집된 고층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가, 그렇지 않은 미국과 같은 국가와 비교해 순위가 당연히 월등히 높이 나온다. 또 모바일이나 스마트 지수에 있어서도 사회적 압력(social pressure)이나 동질적 문화(homogeneity)와 같은 문화적 요인이 스마트 기기 보급과 확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높은 인터넷사용시간의 이면에는 인터넷중독, 인터넷도박, 미성숙한 사이버문화, 정보격차와 같은 굳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치부가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선진국들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IT분야 선전을 신흥국으로서 경제, 문화, 사회 등 다른 분야의 열악한 상황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나은 점을 가상히 평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는 IT분야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이 부족하고, 산업 구조적으로도 취약하다. 하드웨어기반의 IT구조로 혁신에 한계가 있어 선도자(Innovative Mover)보다 추격자(Fast Follower)의 자리에만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의견의 양극화, 정치에서 진보·보수의 대립, 노사갈등, 집단 이기주의, 계층간 갈등 등도 바로 이 선택적 인지가 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때 나타난다. 자신만의 아집적 신념을 비슷한 류의 사람들과 세를 형성해 구축해 나가며 타인의 생각은 배척하고 무시하는 선택적 인지가 우리사회의 큰 문제다.

우리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한편 향후 스마트생태계에서의 우리나라 IT산업의 성공을 기원한다. 선택적 인지가 아닌 포용적 인지를 통한 일련의 사회적 갈등도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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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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