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필즈상과 교황의 메시지

[광화문]필즈상과 교황의 메시지

장윤옥 부국장
2014.08.19 07:42

세계를 호령하는 권력자도, 열광하는 팬을 가진 스타도 아니다. 신자라고 해야 전체 인구의 10% 정도인 나라다. 우리와 큰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며칠 있다 가면 다시 우리나라에 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런데 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말 한 마디라도 마음에 담으려고 애쓰는 것일까.

그늘에 가려져 있는 사람을 찾아 위로하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교황의 모습에 사람들은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찬찬히 따져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강론인데, 교황의 한 마디에 큰 울림과 충격을 느낀다. 작은 배려가 깃듯 행동에도 자연스럽게 ‘비바 파파(만세 교황님)’를 외치는 것은 사람들이 교황의 말과 행동에서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진심을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옆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데도 오직 이기겠다는 생각만 하고 미친 듯 내달리다 갑자기 ‘어디로 가느냐’, ‘왜 그렇게 달리느냐’는 질문을 받은 격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힘들게 달려서 기진맥진인데 그동안 제자리서 돌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뛰었다는 걸 교황이 알게 해 준 것이다. 사람들은 그동안 마음 한 구석에 밀어놓고 애써 외면하던 사회와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고 갑자기 달리기를 멈췄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 분야에서 교황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치나 사회, 가정은 물론이고 기술이나 연구개발 분야도 마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교황이 방문 전날인 13일에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과 함께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우리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느냐’,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수학을 잘 하게 할 수 있을까’에 맞춰졌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학점수는 높은데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수학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번 필즈상 수상자들이 어떤 공을 인정받아 상을 타게 됐는지, 수상자들의 이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보기 힘들었다. 물론 수학이라는 분야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야여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매체에 할애된 여성필즈상 수상자 탄생이라는 제목에 비하면 수상내용에 대한 관심은 너무 초라할 지경이다. 어디로 달려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없고 어떻게 하면 빨리 달리느냐 하는 고민만 무성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사회에서는 물론 학문에서조차 과정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하지 않고 결과만을 얻으려는 생각에 중독돼 있는 것은 아닐까. 필즈상이나 노벨상을 타려고 그렇게 목을 매는 이유도 다른 나라에 ‘우리도 이만큼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속물적 태도에 바탕을 둔 것일지 모른다.

지금은 높은 산에 오르려면 좋은 팀을 구성하는 게 우선이다. 육상선수도 혼자 죽어라고 연습만 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연구도 똑똑한 사람을 기르는 것보다 다른 연구자들과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교황의 메시지처럼 자신을 낮추고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만 최고가 되는 연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마음이 먼저 필요하다.

무작정 달리기를 멈추고 왜 기술개발을 하는지, 정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되물어보는 일이 연구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방법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를 가장 빨리 배출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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