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불공정거래 과징금, 왜 필요한가

[기고]불공정거래 과징금, 왜 필요한가

이준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4.11.05 07:42

2014년 10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동양사태'로 기소된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4만 명에 달하고 피해금액도(1조원 3000억원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인만큼 기업범죄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기소의 주된 부분은 기망적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CP(기업어음)와 회사채 발행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도 인정됐다. 이처럼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는 대규모 피해자와 막대한 피해액을 발생시켜 시장참여 투자자에게 엄청난 해악을 초래한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으로는 이러한 엄중한 사태에 정의롭게 대처하는데 불충분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의 경우 법에서 정한 내부자 및 내부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전달받은 자만을 처벌할 수 있고 시세조종행위는 매매유인의 목적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

그러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정보를 직접 전달받는 것과 간접 전달받는 것의 시간차이는 단축되고 전달받는 자의 범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여기에 더해 실제 시세를 변동시켰음에도 매매유인의 목적에 대한 입증이 곤란하거나 시장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아 형사처벌에 이르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형사처벌만으로는 끊임없이 새롭게 진화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공정거래는 또 본질상 경제적 이득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로 발생한 부당한 이득액(또는 회피한 손실금액)을 100% 환수한다면 위법행위의 유인이 사라질 것임에도 현실적으로 벌금액은 부당이득액에 훨씬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뒤늦게나마 작년에 부당이득 100% 환수를 위해 기존 벌금액 수준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취득한 이득액 또는 회피한 손실액을 기준으로 1배 이상 3배 이하로 높인 바 있다.

그러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최종 형사판결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초반에 신속하게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시정했다면 줄일 수 있었을 피해 발생을 차단하기 어려워진다. 피해자는 피해구제를 위해 장기간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외국은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과 일본은 형사범과 동일한 요건의 대상행위에 대해 사안의 경중을 고려해 형사벌 또는 과징금으로 처벌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영국은 과징금 대상 행위를 형사범과 별도로 완화된 시장교란행위로 규제한다.

방식상 차이를 제외하면 미국, 영국, 일본 모두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 과징금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전문성을 갖고 신속하게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응해 피해의 확산을 줄이고 적시 시정조치를 발동할 수 있게 된다.

과징금을 재원으로 활용해 피해자의 피해구제에 힘쓰거나 예방 등 불공정거래 행위 방지에 사용하기도 한다. 자율규제기구들과는 긴밀한 공조관계를 구축해 1차적으로 자율규제기구들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스스로 규율과 제재를 통해 시장의 건전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자본시장은 기업에게는 투자자금의 조달창구이고 투자자에게는 투자처다. 기업이 발전하고 그 혜택이 일반 투자자에게 고루 배분되게 하는 곳이므로 자본시장 발전은 한 나라의 경제발전의 중심이다.

시장이 소수의 불공정거래행위로 혼탁해진다면 시장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종국에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통한 자본시장 활력을 위해서는 2011년부터 논의되고 있는 시장질서교란행위와 이에 대한 과징금 관련 입법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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