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자유무역지구 개설, 21세기 실크로드 구상,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설립 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발표해온 중국이 드디어 이들을 하나로 묶는 야심찬 계획을 구상하는 모양이다. 소위 '중국판 마셜플랜'이 그것. 명분은 아시아 신흥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서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이지만 중국도 그 과정에서 골칫거리인 과잉생산능력을 해소하고 인프라 수출 확대, 위안화의 국제화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일견 보기에도 신흥국들과의 윈윈, 중국으로선 일석삼조다. 과거 미국이 실시한 마셜플랜도 2차대전 전쟁잿더미였던 유럽경제를 회생시키고 미국경제와 달러가치를 확고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시장에선 중국판 마셜플랜의 핵심으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은행과 21세기 실크로드 두 가지를 꼽는다. 왜냐하면 아시아인프라은행은 앞으로 중국판 마셜플랜의 자금줄이 될 전망이고, 실크로드는 마셜플랜의 활용범위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아시아인프라은행은 국가들을 편가를 정도로 강력한 돈줄이어서 인프라 수요가 많은 주변국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지 1년여 만에 인도 몽골 싱가포르 등 21개국이 참가를 확정지었다. 출자규모는 1000억달러(약 100조원)며 이중 중국이 50%(약 50조원), 나머지 50%를 싱가포르 등 20개국이 분담한다고 한다. 본부는 베이징, 운영 개시는 내년 말이 목표다. 다만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 이후 대아시아 발언권을 높이려는 미국엔 상당한 부담이다.
실크로드 구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11월8일 베이징에선 중국과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몽골 파키스탄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가입되지 않은 7개국 정상과의 국제회의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실크로드 대상국으로, 이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00억달러(약 40조원)의 실크로드기금 창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들 국가에 철도, 파이프라인, 통신망 등 인프라를 건설해주겠단 얘기다. 아무튼 아시아인프라은행 융자에다 실크로드기금까지 중국판 마셜플랜은 점점 속도를 내고 또한 구체화되는 셈이다.
그럼 중국판 마셜플랜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주변국에 대한 인프라투자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일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으로 성장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인프라투자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2010~2020년 아시아의 인프라투자 수요는 8조달러(약 8000조원). 즉, 매년 약 730조원이란 엄청난 돈이 필요해서 현재 아시아개발은행의 자본금(1620억달러)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현재 싱가포르 라오스 파키스탄 같은 중국 우호국뿐 아니라 영토와 영해에서 분쟁 중인 필리핀 인도 베트남도 환영을 표시할 만큼 인프라투자에 대한 주변국들의 니즈가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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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도 주변국이지만 중국에 대한 효과는 더욱 클 거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첫째, 아시아 신흥국들의 인프라 개발을 명목으로 중국의 과잉생산설비를 풀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구조개편할 노동집약산업을 수출로 돌리고 공장까지 이전할 수 있다면 고용과 성장효과는 확실하다. 둘째, 외환보유액의 투자효율성 제고다. 무려 4조달러(약 4000조원)에 달하는 중국 외환보유액은 채권투자가 많고 그중에서도 미국 등 선진국 국채가 절반을 차지한다.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에다 위안화 강세가 겹칠 경우 환차손 부담이 엄청나다. 따라서 적어도 외환보유액 순증만큼은 인프라 투자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셋째, 툭하면 불거지는 주변국과의 영토 갈등 해소에도 도움을 줄 거라고 본다. 인프라 투자로 협력하는 국가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쌍방 모두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넷째, 최근 중국이 여러 모로 공을 들이는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긍정적이다. 아시아인프라은행은 위안화와 상대국의 통화로 무역결제를 하고 또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상국이 늘면 늘수록 위안화의 국제통화로서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외에 실크로드 대상국들과 관계를 좋게 해서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오는 원자재 수입 루트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중국엔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에 대한 영향은 어떨까. 우린 일단 참여를 유보한 상태로 한 마디로 쉽지는 않다. 중국은 플러스 효과가 엄청난 만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고, 미국은 대아시아전략상 우리와 같은 전통우방들의 참여를 상당히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인프라은행 참여가 앞으로 성장하는 아시아에서의 주도권 획득에 중요하다면 현재 진행 중인 지배구조, 세이프가드 개선 등을 거쳐 실리를 취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