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흡연권 침해가 아닌 흡연자 건강권 보호정책

[기고]흡연권 침해가 아닌 흡연자 건강권 보호정책

오유미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위해관리팀장(박사)
2015.01.08 06:45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담배 가격이 10년 만에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담배가격 인상이 담배 소비 감소를 위한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에는 지난해 1월보다 7배 많은 1만 명 이상의 흡연자가 등록을 했다. 주변에서도 이번 가격 인상을 계기로 금연을 하겠다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대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실현될 수 있다.

이런 금연열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배가격 인상은 '꼼수 증세'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물론 담배가격 인상의 파생효과로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인상조치를 단순히 '세수증대'라는 논리에 가둬서는 안 된다.

담배가격 인상이 구매력을 떨어트리고 담배소비를 줄여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공인한 사실이다.

실제로 담뱃세 인상으로 담배가격이 10% 인상될 경우 국가의 소득수준에 따라 4~8%까지 흡연율 감소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인상이 비흡연자 특히 미래세대인 청소년의 흡연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점에서 담배가격 인상의 진정한 당위성과 의의를 찾아야 한다.

특히 이러한 정책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하기 위해서는 가격인상 이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효과적인 정책인 것은 맞지만, '만병통치' 처방은 될 수 없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다양한 비가격 금연정책의 병행으로 가격인상의 시너지를 높여야만 세수증대가 아닌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정책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해부터 전면 확대된 금연구역 조치의 효과도 기대할만 하다. 일부에서는 흡연자가 갈 곳을 잃었다는 비판이 높지만, 이는 금연구역에 대한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금연구역은 흡연자의 '흡연권'을 침해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2004년 금연구역의 위헌여부에 대해 흡연권보다 혐연권이 상위의 기본권이므로,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인정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확대된 금연구역만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회·문화적 변화와 성숙한 국민 인식의 확산을 이끌어내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이다. 정부도 국민 건강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를 놓고 무조건적으로 순기능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모든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담배가격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린다고해서 국가 흡연율이 낮아지고 청소년의 흡연 예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진정한 가치는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집행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병행될 때 극대화된다. 정부는 담배 가격 인상에 그치지 말고 정책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얻기 위해 지금부터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정책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장애요소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급증하고 있는 개비 담배 판매나 밀수 같은 불법 담배 유통은 절대 막아야 한다. 전자담배나 말아 피는 담배의 유행도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는 현상으로 이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해외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에서는 진정한 금연정책과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정책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상을 지켜보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국민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잊지 말고 흡연자에게 다양한 금연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강력한 금연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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