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출마의 변

변호사라는 직업은 면기난부(免飢難富). 변호사로서 부자가 되기는 어렵지만 변호사로서 정상적으로 활동만 한다면 생활에 궁핍을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거 변호사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지금도 그러할까? 주변을 둘러보면 생계를 걱정하는 변호사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필자가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09년경에 변호사로 실제 개업을 해보니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고 변호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국선변호인제도, 법률구조제도 등 각종 사회안전망이 확충되면서 수임사건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제 법률시장은 포화상태이고 법률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 변호사들은 취업걱정에 한숨짓는다. 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열악한 처우가 일상이고, “월 120만원 김변, 7급 주무관 박변, 막내 대리 최변...”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들린다. 혹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강제개업’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이렇듯 현재 변호사 업계의 차가운 칼바람을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청년변호사들이다.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사회는 변호사들에게 이러한 공공성을 요구한다. 변호사들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욕구, 즉 ‘변호사로서의 자아실현 욕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직한 욕구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발현되기 어렵다.
변호사들이 변호사답게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변호사 공급 과잉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한해 1000명씩 배출되던 신규변호사 수는 2500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변호사 대량 공급의 충격파는 시장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신규로 배출되는 변호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변호사 수급문제를 공론화할 시점에 이르렀다. 로스쿨제도 도입 초기에 법무부는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가 1500명 정도면 적절하다고 판단했으나, 과연 적정변호사 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편 변호사들의 직역 확대노력도 부족했다. 과거 변호사업계는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가 보장됐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 변호사가 매년 1000명씩 배출되어 공급과잉문제를 준비해야 했던 시기에는 외환위기라는 문제로 변호사업계가 호황이라서 때를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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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변호사의 직역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변호사들이 재정감시, 부패감시 역할을 수행한다면 자연스럽게 변호사들의 활동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것이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변호사들의 채용을 늘려야 하는 이유이며, 변호사제도의 존재의의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무사, 변리사 등 유사직역을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 유사직역은 변호사가 희귀했을 때 제한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업군이다. 더구나 로스쿨제도 도입 시 유사직역의 통폐합을 전제했던 것이고, 로스쿨에서 다양한 전공의 소유자들이 전문적인 법학 교육을 받은 후 변호사로 배출되고 있다. 이 같이 변화된 상황에서 과연 유사직역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호사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청년변호사들과 선배변호사들 간의 갈등,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출신 간의 갈등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대립구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소통을 통해 집단지성을 만들어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새해에는 이러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