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진작 사과하고 물러났어야 한다"
장석효한국가스공사(38,400원 ▲950 +2.54%)이 11일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장 사장은 2013년 7월 가스공사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있으면서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회사에 30억3000만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이 업체로부터 2억890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장 사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그동안 자진 사퇴 여론을 일축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사회가 해임 절차에 착수했으나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장 사장 편에 서면서 부결됐다. 자정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셈이다.
비리 혐의자가 버티고, 사외이사들 일부는 그런 사장을 감싸고도는 공기업의 단면을 보여줬다. 가스공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결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장 사장의 해임을 건의했고, 오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해임 건의안이 심의된다. 불명예 퇴진은 기정사실이다.
장 사장의 행보는 주강수 전 사장과 극명히 대비된다. 주 전 사장은 새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스스로 '옷'을 벗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법에 보장된 임기를 앞세워 '버티기'보다 조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물어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주 전 사장은 임기 중에는 'MB(이명박)맨'이라는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오히려 사퇴 후에는 재평가를 받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정약용 선생은 저서 목민심서에서 "관리가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예의 하나"라며 "행동이나 마음에 거리낌이 있을 때가 그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해임 건의 이틀 후에 나온 장 사장의 '결단'은 너무 늦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