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락가락 정책에 확산되는 구제역

[기자수첩]오락가락 정책에 확산되는 구제역

세종=이동우 기자
2015.02.13 07:00

"가축질병 방역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일종의 전쟁입니다."

지난 11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설 연휴 대책'을 발표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전쟁처럼 위급한 방역 상황을 강조하며, 국민과 축산농가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올들어 구제역과 AI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구제역의 경우 지난해 12월 발생 이후 두 달 넘게 지속되며 발생농장만 80개소를 넘어섰고, 살처분 두수는 9만마리에 육박한다. AI는 지난해 9월 이후 발생농장은 82개소, 살처분은 260만마리가 넘어가며 토착 질병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물리적 피해의 확산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방역당국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이다. 특히 백신에 대한 농식품부의 이중적인 태도는 많은 농가에 혼란을 줬다. 농식품부는 백신으로 구제역을 완벽하게 방역할 수 있다고 접종을 독려했지만, 발생 농가가 늘어나자 지난 4일 신형 백신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백신 접종만 하면 다 막을 수 있다고 했는데, 말을 바꿔서 신형 백신을 수입했다"며 "이럴 거면 왜 처음부터 백신 효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안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부만 믿고 백신을 접종했던 농민들로서는 배신감이 상당하다.

구제역 발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농가에 전가시키는 듯한 정책도 불신을 키웠다. 농식품부는 구제역 발생 초기부터 발생 원인을 농가의 백신 미접종으로 가닥 잡았다. 방역 대책 역시 미접종 농가에 대한 과태료 인상, 재입식 제한 등 농가의 책임강화 부분이 주를 이뤘다. 이 관계자는 "종합적 분석 없는 성급한 정책에 구제역 발생의 모든 책임을 농가에 지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뒤면, 2700만명의 인구가 움직이는 '민족 대이동' 설 연휴가 시작된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국민을 비롯한 모든 축산주체의 협력을 통해서만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스스로 불신을 자초해 온 정부가 어떻게 진실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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