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 백년대계를 세워라

노동문제, 백년대계를 세워라

김승일 중견기업연구원장
2015.03.30 06:30

[기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 소득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주도형 성장정책으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을 탈피하고 전반적인 경기를 부양하려는 노력은 일단 수긍하고 싶다. 그러나 기업과 근로자가 이러한 정책에 순응해 의도한 효과를 내려면 충분한 검토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정책 의도와 달리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최저임금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불법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임금 5580원이 10%정도 오르면 6138원이 되고 4대보험·연장근로·휴일수당 등의 부담을 더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7000원대에 이른다. 영세 자영업, 중소기업 대다수는 고용을 줄여야 하고 상당수의 중견기업조차 고용을 줄이거나 고용절약적 자동화 설비투자 등 대안을 찾아야할 상황이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227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2%에 달했다. 이들은 수습근로자·인턴·특수고용직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막상 생계비 관점에서 보호받아야 할 이들이 정작 현실에선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의 비용증가 때문에 반대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소득 증가를 기대해 찬성한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소모적인 논쟁으로 가면 국력은 낭비되고 사회적 갈등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런 주장과 논쟁 뒤엔 국민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작용한다.

최저임금 뿐 아니라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정년 연장·노사문제 등은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며 고령화 시대 국민의 삶·창조경제의 기반인 인적자원·기업 경쟁력 문제에 직접 관련된다. 따라서 노동·인적자원 문제가 단순히 경기에 대응하거나 부분적인 문제해결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문제는 국민의 행복,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서 항상 통합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령화시대와 청년실업, 산업경쟁력을 두루 감안한 통합적 관점에서 노동문제에 접근하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매년 최저임금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모적 논쟁이나 포퓰리즘에 의한 본질의 왜곡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1인당 GNI(국민총소득)를 감안한 한국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은 18.91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12위이다. 평균 수준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근로자간 임금불평등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불평등 수준은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3위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성별 간, 학력수준 별 임금격차도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이 같은 불평등은 사회통합을 위해 극복돼야 한다. 현재의 여건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통합적 관점의 노동정책이 모색돼야 한다.

물론 노동정책 백년대계는 노사정간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 등 국가를 이끄는 주체들의 의지와 능력이 미덥지 못하다는 점이다.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이래 수차례에 걸쳐 임금체계 개편, 일자리 만들기 등에 관한 수많은 협약과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1998년 2월에는 성과배분제 등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세제지원방안 협약을 만들었다. 2004년 2월에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 있었다. 2009년에는 일자리나누기 등에 관한 노사민정 합의가 있었으며 2013년 5월에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현실화된 건 미미했다. 실행되지 않은 문서는 의미가 없다. 민생과 복지·산업경쟁력을 통합한 관점에서 노동정책이 구상되고 합의돼야 한다. 국회도 국정의 주체로서 노동과 노사관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