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수는 2배 이상 올랐는데 그만큼 감사의 질이 좋아질지는 모르겠네요."

올해 지정감사를 받게된 한 상장법인 회계팀장의 말이다. 지정감사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회계업계와 상장법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동종업계 평균 부채비율 대비 1.5배 초과 △부채비율 200% 초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등의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상장사에 대해서는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고 있다. 재무상태가 나쁜 상장사들은 당국이 직접 외부감사인을 지정해 감사를 제대로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된 회계법인들은 기업에 높은 감사보수를 요구하는게 일반적이다. 선택권이 없는 기업으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지정감사를 받는 주요 대기업들의 감사보수는 대폭 상승했다. 회계업계에서 짠물 감사보수로 유명한 대한항공은 감사보수가 지난해 3억8600만원에서 올해 9억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한진해운은 전년 대비 60% 오른 4억9500만원, 아시아나항공은 전년 대비 53% 오른 5억6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회계업계는 감사보수가 올라가니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다. 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사보수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PwC삼일, 삼정KPMG, 딜로이트 안진, EY한영 등 빅4 회계법인들은 외부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만큼은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지정감사를 계기로 감사보수가 크게 오른만큼 향후 감사보수 계약 때 높은 수준의 감사보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여전히 감사의 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감사를 받은 기업들 가운데는 감사시간이 지난해와 같거나 오히려 줄어든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지정감사를 받는 기업은 감사보수를 대폭 올려준 만큼 절대적인 감사 인력과 시간이 늘어나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제 회계법인은 감사보수가 감사의 질을 담보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할 때다. 높은 보수를 받았으면서도 지정감사 기업에 대한 감사 인력과 감사 시간이 이전보다 줄었다면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지정감사인제 확대가 자칫 기업들의 부담만 늘리고 회계법인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