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주 아닌 외부인이 삼성물산 주총 좌우하나

[기고]주주 아닌 외부인이 삼성물산 주총 좌우하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15.07.10 06:30

삼성물산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삼성은 이 소식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잊으면 안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ISS가 삼성물산의 주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ISS는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경제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의결권자문사는 주로 기관투자자인 자신의 고객에 대해 책임을 질뿐인데 지배구조상의 결정이 발생시키는 손익은 포착해 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들은 최소한 스스로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셈이다. 고객이 아닌 주주에 대해서는 당연하지만 도의적 책임조차 없다.

의결권자문사들은 자문결과가 고객의 이익, 즉 주가의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을 좋아한다. 고객이 자문사의 의견에 따른 경우 가장 좋은 정당화 근거가 주가의 상승이다. 따라서 자문사들은 경영권 방어에 대해 통상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그 때문에 주로 회사를 공격하는 헤지펀드들이 ISS와 같은 자문사의 의견을 백분 활용한다.

심지어는 자문사들이 헤지펀드 행동주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기관들이 자문사의 의견에 의존하는 것은 기관의 속성상 다수 회사를 모니터해야 하기 때문이다. ISS의 권고와 다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어떤 펀드매니저도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한편 의결권자문사의 고객인 기관투자자들도 사실은 실질적인 주주라고 보기 어렵다. 증권시장의 기관화와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경제주체와 회사의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되는 주체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지 오래다.

‘소유와 소유의 분리’ 현상이다. 주식회사의 주식은 주주총회에 나가서 표를 행사하는 의결권을 중요한 속성으로 하는데 의결권이 사실상 실질적인 주주로부터 분리되고 있고 분리된 의결권이 자문사의 권고에 따라 행사될뿐 아니라 자문사에 의견을 청하지도 않은 다른 주주들이 그를 따라가는 위험한 무임승차가 일어난다. ‘소유와 소유의 분리 시즌2’ 현상이라 할만하다.

주주가 의결권을 가지는 이유는 주주가 회사가 지는 위험을 최종적으로 떠안기 때문이다. 채권자, 경영진, 종업원들은 다른 안전장치가 있으나 주주는 회사가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주주 의결권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주주라고 보기 어려운 주체가 의결권을 행사하고 심지어 형식적으로나마 주주가 아닌 자문사가 사실상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심화되면 주주총회는 주주가 아닌 주체들이 좌우하고 그 결과는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과 주주들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과 잠재적 투자자, 사회 전체에 전달된다. 이 프로세스는 주주총회를 통하지 않고도 이루어질 수는 있으나 주주총회가 가장 집중력이 높은 정보와 의사교환의 장이다.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해서 이사의 선임, 합병 등 회사 운영에 가장 중요한 사항들에 대한 결의가 이루어진다. 의결권은 주주총회 이외의 장소에서는 행사될 수 없다. 주주총회를 의미 있고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대리투표, 서면투표, 전자투표제도가 있고 섀도보팅마저 폐지되게 되는 것이다.

의결권자문사의 전문성이나 프로정신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본질적 한계와 과장되기 쉬운 파급효과를 염려하는 것이다. 자문사의 고객이 아닌 주주들이 영향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

자문사의 고객이 아닌 기관이 자문사의 의견에 의존하는 것은 그 자체 고객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을 구성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과 같이 의결권행사에 관해 전문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행여 해외자문사의 권고에 영향을 받을까 염려하는 것은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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