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소속 병원이 밝혀지면 자녀가 따돌림을 당하고 환자가 해당 병원을 찾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속 병원과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을 양해해주십시오."
지난해 11월 에볼라가 유행하던 시에라리온에 의료진 파견을 결정한 보건당국은 파견 의료진의 소속 의료기관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라를 대표해 해외로 나가 감염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임무를 맡은 파견단이지만, 당시 이들은 자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돼 국내로 들어올 경우 또 다른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파견단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에볼라에 걸리면 한국으로 들어오지 말고 현지에서 치료 받으라"는 댓글이 빠지지 않고 달렸다. 감염병 전파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이, 의로운 희생마저도 감춰야할 치부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반년이 지난 올해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사태에서도 이 같은 현실은 여지없이 재현됐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자녀는 학교에서 별도로 체온 검사를 당했고 일부 학원은 해당 학생의 등원을 거부했다. 거주지 등 신상 정보가 공개돼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환자를 돌보느라 녹초가 된 의료진은 집이 아닌 고시원 등에서 쪽잠을 자야 했지만,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신분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없었다.
감염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더욱 싸늘했다.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1번 환자, 14번 환자 등은 영문도 모르는 새 '가해자'라는 낙인이 씌워졌다. 환자 치료에만 전념해야 할 주치의가 "환자가 퇴원한 후 정상생활을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민을 권해야 겠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WHO(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전파를 막는 기본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를 꼽았다. 하지만 감염 환자와 의료진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계속되는 한 투명한 정보공개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공개 시 받을 불이익이 무서워 정보를 감추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불편한 시선'을 거두는 것이다. 메르스와 싸운 의료진과 환자가 환영 받는 사회가 돼야 비로소 방역의 기본원칙이 지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