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대립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한 논의를 다시 촉발했다. 그중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이 가장 많이 논의된다. 의결권을 2개 이상 가지는 보통주인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알리바바의 기업공개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홍콩증시의 문을 두드렸으나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아 뉴욕으로 향했고 그 결과 홍콩증시는 250억달러를 놓쳤다. 그런데 투자자 보호는 반드시 법·제도가 하는 것은 아니고 우량기업이 상장되어 시장이 성장하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도 가능한 것이다. 홍콩은 지금 이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복수의결권제도는 실제로 도입하는 데 문제가 있다. 상장회사가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려면 자본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우선 주주총회가 회사의 2종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정관변경을 결의한다. A, B 두 종류 주식을 발행하게 하되 A는 기존 보통주와 같은 속성을 가진다. 배당을 적게 받는 B는 복수의결권을 가지지만 양도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B는 A로 전환할 수 있다. 다음으로 회사는 B형 주식을 전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한다. 거의 모든 주주가 B형 주식을 보유할 인센티브가 없으므로 A형으로 전환해서 시장에서 거래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만 B형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기존 보통주식(A형)을 B형 주식과 교환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도 역시 일반주주들은 교환신청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지배주주만 B형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문제는 이 프로세스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미국법도 이와 같은 자본구조 재편은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 대형 상장회사 주주들이 정관변경에 찬성할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차등의결권제도는 벤처기업이 기업을 공개할 때 채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것이다. 즉 기존 대형 상장회사들은 활용이 어렵다.
여기서 대안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주식 보유기간을 기준으로 주주를 차별하는 제도다.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의결권 측면에서 우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률로 허용하고 회사 정관에 근거를 두면 기존 주식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으면서 바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주식이 손을 바꾸는 순간 매수인이나 상속인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므로 지배주주에게 추가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하지 않는다. 보유기간을 기준으로 한 차별은 사실 우리 자본시장법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상장회사 주주가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할 때 상법보다 완화된 기준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소정 수량의 주식을 보유하였어야 한다(제29조).
주주에게 의결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주주가 기업 경영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최종적으로 떠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기간 내에 도산 위험이 거의 없는 회사의 경우 단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는 위험을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의결권 측면에서 차별을 받아도 된다. 이렇게 하면 기준일 딱 하루만 주주인 캡처(capture)주주나 주식대차로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 등 극단적인 경우를 포함하여 비교적 단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는 회사의 지배구조에서 가지는 비례적 이익을 축소당할 것이고 헤지펀드들도 그에 맞추어 전략을 세우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보유기간을 기준으로 누구에게나 적용되므로 지배주주만 부당하게 우대하는 것도 아니다. 차별이 과하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므로 남용 위험도 적다. 섀도보팅 폐지 이후 주주총회 성립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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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업 경영권 시장이 진화한 ‘기업 영향권 시장’의 시대다. 종래 논의되어 온 경영권 방어장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연구되고 도입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