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생각 다른느낌]임시공휴일이 소비진작 효과를 내려면

8월14일 금요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뜻하지 않은 임시 공휴일이다. 광복 70주년 기념과 내수경기 활성화가 목적이다. 모든 관공서와 은행, 주식시장이 쉬고, 민간기업은 자율에 맡겼다.
임시공휴일은 전국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 2006년 5월31일 이후 9년 2개월 만이다. 관공서와 금융권에 다니는 봉급생활자의 경우 오랫만에 꿀맛같은 휴일이 하루 더 생겼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14일로 예정된 부동산매매나 임대차, 병원이나 관공서를 찾아 일을 처리해야 할 사안이 있는 사람들은 갑작스런 공휴일 지정으로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다. 임시공휴일에 쉬는 사업장에서도 당일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의 일당을 평일급여로 할지 특근수당으로 하는지도 제각각이다. 출근해야 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집 운영도 혼선을 빚은 후에야 뒤늦게 당번교사를 배치하느라 난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대체공휴일 하루당 1조3000억 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있으며 고용유발 효과는 4만6000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 5일 발표한대로 전체인구 중 절반인 2500만 명이 쉰다는 가정 하에서나 가능한 수치다. 게다가 갑작스런 발표로 국민들이 미리 휴일계획을 세우지 못한 터라 얼마나 소비진작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경련에선 메르스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라 임시공휴일이 내수진작에 도움이 된다며 회원사에 임시공휴일을 적극 독려했다. 2013년 대체휴일제 논의가 활발할 때 재계에서 연간 공휴일이 3.3일 늘어나면 경제적 손실이 32조 원에 달한다며 반대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달라진 것은 메르스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것도 모든 직장인에게 적용되지 않고 공기업이나 대기업 같은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가는 불공평(?)한 휴일이다. 일부는 쉬고 다른 일부는 일하는 특이한 휴일이다.
이러니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하려고 하는 건 당연지사.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권역별 노동수급 미스매치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세계금융위기 이후인 학력별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심화되어 2010~2014년 대졸이상의 구직비율은 전체의 22.6%인 반면 구인비율은 5.3%로 대졸자들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대학 진학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당장 임시공휴일 혜택을 보느냐의 여부에서 차별이 생기니 말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쉬고 싶어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쉰다고 해도 집에서 TV만을 봐야하는 형편인 사람도 많아 임시휴일이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반면에 일부 자영업자는 일하고 싶어도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것이다. 자영업자는 하루 쉬면 임대료와 관리비 같은 비용은 그대로 나가는데 수익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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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전세계 159개국의 소득상위 20%의 소득이 1% 오를 때 그후 5년간 경제성장률이 0.08% 줄어들고,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 오르면 0.38% 오른다고 한다. 이른바 상위층의 돈이 소비와 투자로 서민층에게까지 흘러들어 경제발전이 이뤄진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다.
그런데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고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늘어나도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이 저소득층보다는 적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가 낙수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고소득층이 지금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해야 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번 임시공휴일에 고속도로 톨게이트 무료와 고궁 무료개방, 내일로 철도여행상품 50%할인, 공공기관 운동장 개방 등의 혜택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수활성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정책이다. 차라리 소비진작이 목적이라면 세금없는 날(tax-free)로 정해 기업과 상인들 뿐 아니라 부유층의 적극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당일날 사용할 수 있는 여행상품권이나 바우처를 지급하여 소비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왕 정해진 임시휴일, 메르스로 인한 해외여행객의 감소와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는 시점에서 급조된 허울뿐인 소비진작의 날로 전락하지 않고 단기적이나마 경제유발효과를 가져오게 하기 위해서는 쉬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한 당신, 소비해라!”해야 남들 쉴 때 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낙수효과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부자들과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즐겁게 국내 휴가를 즐기면서 소비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 돈이 돌고 돌아 서민층에게까지 갈 것이다. 요즘은 부자들의 과소비나 흥청망청도 반가울 따름이다. 일한만큼 소득이 증가한다면 단지 하루 못 쉰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하루의 휴식 보다 “투데이 머니(today money)”가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