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
기원전 17세기에 씌어진 함무라비 법전에도 은행의 전신인 대금업(貸金業)이 나와 있다고 하니, 은행의 역사는 화폐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 하는 셈이다. 현재와 같은 은행 시스템은 중세 베네치아에서 탄생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도 잘 나와 있다.
1995년 미국에서 처음 태어난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세 베네치아 이후 수백년의 은행 역사를 바꿔 놓았다. ‘은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점포’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려 한다. 2016년, 두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국내 은행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한국 금융시장에 가져올 변화는 △금융과 ICT의 융합(핀테크) △중금리 대출시장의 확대 △경쟁 촉진을 통한 은행산업의 효율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은행 거래에서 지점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은 2017~2020년에 걸쳐 종이 통장을 폐지할 예정이다. 구한말 고종 시대에 처음 은행이 설립된 이후, 100년간 이어온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다. 새로 생기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에 발맞춰 채널 혁신, 카드 수수료 절감, 간편 송금 등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이에 자극 받은 기존 은행들도 여러 가지 새로운 인터넷/모바일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중금리 대출시장은 신규취급 기준으로 연 3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시장을 두고 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이 경쟁하고 있다. 시장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금리 대출 금리는 여전히 15~30%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시장의 가격(금리)을 합리화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기존 국내 은행산업은 일종의 과점 형태다. 그 누구도 높은 이윤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반대로 누구도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도 못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은행 점포는 지난 10년 동안 오히려 11% 증가(2015. 6월말 7,322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진입자만이 은행산업의 효율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산업 전반에 걸친 효율화는 결국 소비자, 국민대다수의 효용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해외 인터넷뱅크 및 국내 인터넷금융회사들의 사례를 감안할 때,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 첫째, 자신만의 특화된 수익모델을 보유해야 한다. 성공한 인터넷뱅크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특화된 수익모델이 은행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뿐 아니라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결국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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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초기에는 비용 절감보다 고객 확보가 우선이다. 아무리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이 비용 효율성에 있다지만, 설립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에서 열위에 있어 불리하다. 해외의 성공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투입되더라도, 고객과 자산을 확보한 인터넷은행들이 살아남았다.
셋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은행이 되기보다는 은행의 수익모델을 보유한 정보통신융합기업이 되어야 한다. 기존 은행들의 고객 채널도 점차 인터넷/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기업으로서의 DNA를 계속 지켜가야만 한다.
넷째, 각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금융회사 전산설비 위탁에 대한 규정 변경,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 등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은행법 상 지분소유한도, P2P대출 관련 법률 개정 등의 움직임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세계 그 어디보다도 변화를 선호한다. 금융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던 국내 은행산업에도 이제 변화의 계기가 생겼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한국 은행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나아가 금융산업의 발전 및 금융 소비자들의 효용 증대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