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시존치는 대학교육 퇴행의 시작

[기고] 사시존치는 대학교육 퇴행의 시작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2015.12.09 02:49

지난주 법무부가 무려 8년이라는 유예기간 만료로 폐지될 사법시험을 4년간 더 시행하는 쪽의 의견을 낸 것이 큰 후폭풍을 불러왔다. 그 사이에 신규 수험인구가 대거 유입될 텐데 4년 후 존치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고 하니 그때 가서 더 심각한 논란이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 더구나 국회가 만든 법률도 믿을 수 없다는 선례가 생기는 셈이니 모든 것이 혼돈에 빠질 것이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전달되어 사시가 존치될 것으로 사람들이 예측하게 되면 로스쿨이 형해화할 위험도 크다.

로스쿨 도입 이전 이야기다. 어느날 경영대 3학년이라는 학생이 연락을 보내왔다. 사시에 최종 합격했는데 아직 학교를 1년 넘게 다녀야 하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 상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말로는 축하를 했지만 진심으로 축하하기는 어려웠다. 평생 소양이 되는 기초적인 법학공부는 물론이고 그 학생이 과연 자신의 전공학과 공부에 매진하게 될까. 정상적인 대학과정을 통해서는 법학공부도 전공공부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이 학원가에서 양성된 이런 학생을 엘리트 법조인으로 배출하는 게 과연 옳을까. 그건 우리 사회에는 물론 이 우수한 학생의 인생에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의예과 학생이 필자의 유가증권법을 수강한 사례도 기억난다. 의학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과목을 수강하는 이유를 물으니 사시준비생이라고 했다.

경영학·의학 할 것 없이 학문의 모든 분야가 전심전력해서 연마해도 끝이 없고 미래가 불확실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하면 20대 중반에라도 선망받고 안정된 법조인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은 개개인에게는 뿌리치기 어려운 큰 유혹이다. 사시가 존치된다면 전국 대학의 유수한 인재들이 다시 그 길을 택할 것이다. 일단 자기 전공을 성실히 공부한 후 진학하는 로스쿨은 차선책으로 전락한다. 로스쿨이 있는 대학에서는 학부과정에서 법학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독학이나 학원가에 의존할 것이다.

법학교육의 1차 목적은 판사를 필두로 국가의 정체성과 법치주의를 담보할 품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우리 사회에서 단기간에 수험요령을 익힌 머리 좋은 젊은이보다 성숙하고 사고가 유연하며 현명한 인재의 양성에 무게가 두어져야 한다. 다양한 전문·교양교육과 정규 법학교육 없이 빨리 시험에만 합격하면 바로 법률가 자격을 부여하는 모델은 그에 잘 맞지 않는다.

로스쿨 도입 무렵에 이뤄진 사법개혁에 대한 대대적인 사회적 논의는 다 잊었다. 사실 그 결과로 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에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사시존치 논란 때문에 다시 그를 들여다보게 된다. 당시 여론은 압도적으로 로스쿨 도입에 찬성했다. 사법개혁은 아직도 큰 숙제고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는 극히 낮다고 하는데 여론이 사시존치에 찬성이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종합대학들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학문의 거의 모든 분야를 한 울타리 안에서 연구하고 가르친다. 연계융합이라는 세계적인 조류가 결실로 연결되기에 가장 적합한 토양을 갖췄다. 사시는 예정대로 막을 내려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도 이에 비추어 보면 이해된다.

사시존치는 많은 대학생을 다시 시험으로 끌어들여 대학교육의 퇴행으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 사실 사법개혁을 떠나 로스쿨 최대 성과는 대학교육 전반의 정상화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각자의 전공은 무시하고 온 대학이 사시공부에 몰입하던 그 비정상적인 광경을 다시 보지 않으려면 사시는 법에 정한 대로 그 막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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