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응답하라 회계투명성!

[기고]응답하라 회계투명성!

박희춘 금융감독원 회계 전문심의위원
2016.02.01 03:20

얼마전 ‘응답하라 1988’가 케이블방송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됐다. 1988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지구촌의 당당한 일원임을 세계만방에 알렸고 선진국 진입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와 금융위기의 혹독한 고통을 겪으면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세계 경제 환경의 악화로 우리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기업가정신의 부활이 필요하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도전 정신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갖고 기업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다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에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부 기업들이 있어 안타깝다.

최근 몇달 동안 증권선물위원회는 분식회계 혐의로 여러 상장회사를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고발된 회사들은 회계장부와 증빙서류를 조작하기도 하고, 분식회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감사업무를 수행한 회계법인, 즉 외부감사인에게도 허위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 회사를 믿고 투자했던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 또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공인회계사는 감사절차 소홀이란 사유로 직무정지 등의 중징계 행정조치를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공인회계사는 앞으로 투자자로부터의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게다가 그 공인회계사가 소속된 회계법인은 존립 자체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분식회계의 후유증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평가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지수는 조사대상국 중에서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국내 설문조사에서도 회계감사업무를 현장에서 담당하고 있는 공인회계사들과 상장기업의 경영자조차도 회계투명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회계제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대외적으로 상당히 낮게 평가되고 있다. 국가경쟁력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회계투명성 평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식회계’ 즉, ‘회계스캔들’의 중요 원인 중 하나는 경영자와 외부감사인의 의식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적 이익추구의 탐욕에만 눈이 어두운 경영자는 기업을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치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안중에도 없다. 게다가 회계감사 비용마저 불필요한 경비로 매도하고 공공재 성격인 회계정보를 왜곡시키는 분식회계를 자행한다. 이로 인해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금전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끼치게 된다.

또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외부감사인은 과도한 수임경쟁으로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회계감사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외부감사인이 전문가적 의구심을 갖고 수행해야 할 중요한 감사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외부감사 기능이 무력화됨으로써 분식회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제고라는 목표는 기업, 외부감사인, 그리고 감독당국이라는 세 개의 축이 모두 각자 본연의 기능을 다해야 달성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다. 기업은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신뢰성이 있는 재무제표 작성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은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이고 공정한 회계감사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감독당국은 엄정하게 회계감리를 실시하고 회계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온갖 난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세계 경제 11위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응답하기를 기대한다. 응답하라 회계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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