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제4이통, 메기론의 실패

[광화문]제4이통, 메기론의 실패

성연광 부장
2016.02.05 03:00

“미꾸라지 무리 속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더 강해진다.”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신경영에 나설 때 설파했던 이른바 ‘메기론’이다. 기업 혹은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적절한 위협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MB정부가 ‘제4이통(신규 이동통신사) 정책’을 만들 때 내세운 논리이기도 하다. MB정부는 주요 정책 공약이던 ‘가계 통신비 20% 인하’를 실현할 유력한 해법으로 제4이통 정책을 제시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대적할 신규 플레이어(제4이통)를 시장에 투입해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 플레이어들 사이의 경쟁이 요금경쟁을 불러오면 국민들의 통신비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당연히 깔렸다.

현 정부에서도 이 같은 정책적 판단은 유지됐다. 지난해 또다시 사업자 선정에 착수한 것. 전국망 구축 시기 유예, 5년간 기존 사업자 로밍 의무화, 접속료 우대, 주파수 우선할당 등 다양한 지원책까지 내놨다.

하지만 도전장을 던진 3개 중소 컨소시엄 모두 탈락했다. 재정 능력과 사업계획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다는 평이다. 지난 6년간 7차례나 모두 같은 이유로 정부의 허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정이 탄탄한 대기업 혹은 대자본을 주주사로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지목된다. 이동통신은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기간산업이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만 대략 2조~3조원. 여기에 매년 수조 원대의 시설투자가 불가피하다. 긴 호흡과 안목으로 장기투자를 뒷받침해 줄 ‘쩐주’참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번만큼은 전례 없던 당근책까지 제시했지만 관심을 보인 대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왜일까. 이동통신 사업을 더는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가입자 수(5800만명)가 전체 인구의 110%에 달한다. 5(SKT)대3(KT)대2(LGU+)점유율로 고착된 시장 경쟁구도에서 신규 플레이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정체된 수익에 기존 이통사들도 새로운 수익사업 개발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공세와 사회 전반의 맹목적인 반(反) 통신기업 정서 역시 대기업들이 이 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다.

이쯤 되면 정부가 더 이상 제4이통 정책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에 착수할 때마다 증권시장 혼탁이 반복돼왔던 현실은 따질 필요도 없다. 제4이통 정책이 정부가 공을 들여온 알뜰폰 시장 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주요한 축을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모순에 빠질 수 있어서다. ‘반값 통신비’를 앞세운 알뜰폰은 이제 전체 이통 시장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제4이통이 출범할 경우 알뜰폰 시장이 한순간에 초토화될 수도 있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 불발 시 예상되는 여론 역풍에도 불구하고 심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신규 사업자를 억지로 뽑지 않은 건 그나마 잘한 일이다. 이참에 제4이통 정책을 아예 폐기하는 건 어떨까. 진정 이통 시장에 ‘메기’가 필요하다면 신규 사업자 용도로 6년간 묶어놨던 주파수를 할당하고, 그 경매 대가로 알뜰폰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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