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0과 1'이 지배하는 세상?

[우보세]'0과 1'이 지배하는 세상?

임동욱 기자
2016.03.13 14:18

[우리들이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우리는 오늘 밤 일기장에 기록을 꼭 남겨놔야 할 것 같아요. 인간이 기계에 졌다고."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첫 승을 거둔 지난 9일 오후, 많은 사람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며 막연한 두려움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 9단이 '알 사범'에게 2연패를 당한 10일에는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 '기계가 인간처럼 술은 마시지 못할 것'이라고 '자위'하며 술잔을 기울여 봤지만, 공허한 마음은 위로받지 못했다. 인간의 능력이 기계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팩트'에 내심 자존심이 잔뜩 상한 모양이다. 아무튼 이번 대회의 승자는 알파고로 결정됐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이 게임이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공정치 못했다고 지적한다. 알파고가 대국 상대인 인간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알파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이다. 일리 있는 지적일런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인공지능 세상이 온다는 소식에 자녀를 둔 부모들 역시 맘이 편치 않다. 앞으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자녀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며 스스로 '반성문'을 쓰기도 한다.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세계를 지배하게 될까?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알파고'는 인간의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인간의 피조물'이란 점이다. 알파고는 0과 1밖에 모른다. 알파고는 상황을 '판단'하지만, 인간은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이 점차 '디지털'화 되고 있지만, 우리 삶의 본질은 '아날로그'다. 세계적인 가전 기업들이 더욱 '인간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이유다.

많은 현대인들은 MP3 등 디지털 음원을 통해 음악을 즐긴다. 우리 귀에 전달되는 모든 음은 파동을 통한 '아날로그'다.

음악 감상 시 PC 같은 음원 플레이어와 오디오 장치를 이어주는 케이블은 기기 간 0과 1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USB케이블이 대표적이다. 표준 규격을 준수한 제품이라면 전달하는 데이터는 똑같다. 그런데 이 케이블을 교체하면 소리가 바뀐다고 한다. 일부 디지털 공학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한다. 이론상 전달되는 데이터에 변화가 없는데 다른 결과물이 나올 리 없다는 논리다.

지난해 소니는 프리미엄 사운드용 마이크로SD카드를 출시했다. 당시 소니는 메모리 카드만 바꿔도 소리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컴퓨터 내부의 메모리, 즉 D램을 바꿔봐도 소리는 변한다고 한다. 같은 스펙이어도 삼성전자가 만든 메모리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는 소리의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을 알파고는 절대 알 수 없다. 우리 인간이 '실존'하는 세상은 0과 1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알파고는 입력된 수많은 데이터와 확률 계산에 의존하지만, 인간은 모험을 할 줄 안다. 호기심에 때론 엉뚱한 실험도 해 본다.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거두자. 그리고 이번 알파고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뭔가 생산적인 교훈을 얻어야 한다.

13일 열린 4번째 대국에서 이 9단은 공략이 불가능해 보였던 인공지능을 격파하는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인간 능력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주 열리는 마지막 대국에서 승패를 떠나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는 게임을 펼치기를 응원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임동욱 기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