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차라리 다음 생엔 로봇으로 태어나고파

[우보세]차라리 다음 생엔 로봇으로 태어나고파

류준영 기자
2016.03.16 03:00

첫 아이의 출산일. 간호사가 남편분은 함께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초조한 표정을 짓던 아내의 눈빛에 순간 불안감마저 감돌았다. 분만실에 불이 들어온 10분 후 간호사가 황급히 뛰어들어갔다. 더욱 가슴을 졸였다. 이날 저녁,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내로부터 들었다. 아내는 담당의에게 불안감을 계속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자 담당의는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수술이 끝날 때까지 손을 잡아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를 대신할 다른 간호사를 호출했던 것. 담당의에 이 같은 인간적인 배려로 아기는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엄마 품에 안겼다.

만일 이 상황에서 '닥터 AI(인공지능)'라면 어떤 처방을 내렸을까. 환자의 불안감은 수술의 잠재적 변수라고 판단, 부작용 등의 위험이 있더라도 전신마취를 시도했을지 모른다.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 기계 대표로 나선 구글의 AI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AI에 대한 담론이 뜨겁다. 특히 '실직'을 미래 사회에 모든 시민이 마주치게 될 이 기술의 딜레마로 지목한다.

인간의 직업은 정말 로봇에 의해 대체될까. 먼저 현주소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앞선 경우처럼 근래 인간적인 의사를 만나 보기가 어렵다. 힘들게 병원에 와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진료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을 넘기지 않는다. 환자 손 한번 안 만지고 청진기 한 번 안 댄다. 이런 식이라면 화상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 AI보다 더 나을 게 없다. AI 로봇의 숨은 속셈이 여기에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 우리(로봇)보다 나을 게 없으면 바로 치고 들어올 태세다.

AI가 지배하는 세계를 그린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터미네이터', '매트릭스'와 같은 공상과학(SF)영화들이 제시하는 미래는 암울하다. 컴퓨터가 사람을 닮은 'AI 인간'으로 진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컴퓨터가 사람을 닮아 가는 것보다 사람이 기계처럼 되어 가는 것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눈 앞 이익 챙기기에 치열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프레임과 기준, 매뉴얼에 맞춰가며 마치 로봇처럼 산다. 그렇다 보니 사람 냄새를 차츰 잃어가며 오직 기계 같은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인간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일에 혼(魂)과 정(情)을 담으면 된다. '인간다움'에 답이 있는 것이다. 비록 인공지능에 대회 트로피를 뺏겼지만 이세돌 9단이 보여줬던 아름다운 집념처럼. 이제 달라져 보자. 그렇지 않으면 알파고에 드리운 AI 그림자는 한결 더 음산해질 것이다.

인간보다 지능이 무한히 높은 존재가 출현한다는 '특이점'에 당도한 2045년, 우리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로봇 상사에게 쫓겨나 실직자로 누추한 골목을 정처 없이 떠돌지 않을까. 아마 당신은 한 맺힌 절규로 외칠지 모른다. '로봇에게 굴림 당하느니 차라리 다음 생에는 로봇으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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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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