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보다 힘든 게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수학공부를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 때만 해도 그 나이 때 덧셈, 뺄셈과 같은 연산이 고작이었는데, 요새 초등학생 수학은 "초등학생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어"라고 할 만큼 난해하다.
비단 기자뿐 아니라 주변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들로부터 자녀의 수학 공부를 돕다가 쩔쩔맸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국어와 수학을 합쳐 놓은 듯한, 이른바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과거 연산 수학에 익숙한 부모들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하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스토리텔링 수학을 접하게 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2009 교육 개정 과정'을 발표하면서 초중고 교육 시스템이 180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때 수학이 가장 큰 폭으로 변경됐다.
개정된 교육 과정의 핵심은 학생들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는 한국 학생들이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핀란드와 함께 최상위권에 포함되며 수학교육 강국으로 꼽혔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 등 정성평가에선 최하위권에 맴돌자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교육 개정 과정을 통해 수학을 단순 계산 방식이 아닌 개념과 원리를 알고 학습동기 및 흥미를 유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수학이 탄생하게 됐다.
대략 스토리텔링 수학 문제 형식은 '영희가 빨간사과 1개를 가지고 있고 철수가 청사과 1개를 가지고 있는데 영희와 철수가 가지고 있는 사과는 모두 몇개 일까'의 서술형 방식을 띠고 있다. 기존에 식을 암기해 정답만 맞히면 수학 천재가 됐던 것과 달리 스토리텔링 수학은 계산을 넘어 문제를 이해하고 응용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창의력 수학을 근간으로 한 스토리텔링 수학은 원래 취지와 다르게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갑작스런 수학교육의 변화는 부모들을 불안케 하면서 구태의연한 조기교육, 사교육 확산을 가져왔다. 부모도 모르는 수학을 아이가 배우면서 감당이 되지 않자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던 출판·교육업체들도 이때가 기회다 싶어 '창의력 수학', '논술형 수학', '서술형 수학', '스토리텔링 수학' 등 각종 학습지 및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부모들이 집에서 공부를 도와주면서 스토리텔링 수학마저 암기 방식을 요구해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기는커녕 오히려 수학을 어려워하고 멀리 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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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지면서 교육환경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대간 너무나 다른 교육을 받은 탓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항간에선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학원을 다녀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스토리텔링 수학의 탄생 목적이기도 한 '재밌는 수학, 창의적인 수학'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초심을 되돌아볼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