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브렉시트와 트럼피즘

[MT 시평] 브렉시트와 트럼피즘

박종구 기자
2016.07.29 04:45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소위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정식 지명되었다. 자본주의가 탄생한 나라 영국과 자본주의가 가장 성공한 나라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는 포퓰리즘의 본질은 무엇인가.

브렉시트와 트럼피즘(Trumpism)의 근저에는 대중의 분노와 근심이 자리잡고 있다. 워싱턴 정치에 대한 반발과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부상을 가져왔다. 근로계층 특히 백인 근로계층은 세계화, 기술변화 등으로 경제적 지위가 떨어졌고 고용사정도 크게 나빠졌다. 양극화도 심화되었다. 노동분배율은 1970년 68.8%에서 2013년 60.7%로 줄어들었다. 제조업 일자리도 1979~2015년 사이 약 700만명이 감소했다. 중위(中位) 가계소득도 1999년 56,080불에서 2012년 51,017불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브렉시트 역시 EU의 과도한 규제, 관료주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반발이다. 바나나와 감자칩의 크기나 맛까지 규제하는 EU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다. 브뤼셀 EU 본부 과장급 급여가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보다 많았다.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만 33만명의 외국인이 영국에 유입되었다. 특히 무슬림계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컸다. 1931년 외국인 비중은 1.7%에 불과했는데 2011년 잉글랜드와 웨일즈 주민의 약 20%가 외국인이다. 버밍햄, 루턴 등 주요 도시의 영국인 비중이 60% 이하로 떨어졌다. 2050년에는 비백인 인구가 약 30%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반이민 정서가 브렉시트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소수인종 증가와 같은 인종구성의 변화에 대한 거부야말로 브렉시트 결정의 핵심 이유다.

트럼프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제를 비판하고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강경론을 펴는 것은 이러한 반이민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국경 담쌓기, 무슬림 입국금지 등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매 4년마다 백인 인구 비중이 2.75% 포인트씩 떨어진다. 금년에 백인 유권자의 비중이 69%로 감소했다.

선동정치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트럼프는 정적을 “무기력하다” “거짓말쟁이” “바보같다”는 자극적 발언으로 압도했다. 힐러리를 거짓말쟁이로 몰아 부치고 자신을 정직한 정치인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의 덤핑 수출이 미국 경제를 질식시키고 있고 자유무역이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맹비난을 퍼붓는다. “중국이 우리를 쓰러뜨리려 한다. 더 늦기전에 갈라서야 한다”며 중국 때리기로 근로자층에 어필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나이젤 페라지 같은 선동 정치인이 브렉시트를 주도했다. 이민자를 일자리와 복지를 빼앗아가는 강탈자로 간주했다. 영국의 장래는 유럽에 있다는 합리적 믿음 대신에 국민의 자존심과 자기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선동적 주장으로 표심을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을, 보리스 존슨은 영국 우선을 부르짖었다. 포용적 정치가 아니라 폐쇄적 정치 행태를 초래했다. 개방과 자유무역 대신에 보호주의와 신고립주의를 찬양했다.

일부 언론의 영합주의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영국의 일부 타블로이드는 대놓고 브렉시트를 선동했다. 잃어버린 영국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식으로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트럼프는 미디어 활용능력을 극대화했다. NBC 리얼리티 쇼 ‘견습생’에서 “너는 해고야”라는 멘트로 인기를 얻은 것처럼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천부적 재능을 가졌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미디어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독재자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등 끊임없이 재미있는 뉴스를 양산했다. 유료 정치 광고를 안하면서도 20억불 이상의 광고 효과를 창출했다고 한다. 그는 대중에게 일종의 사악한 즐거움을 제공했다.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이야말로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기묘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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