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며 세계 양강인 미·중 관계에도 새 바람이 불 전망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 입장에선 ‘트럼프 정부가 아무려면 오바마 정부 때보다 힘들겠느냐’며 내심 반기는 눈치”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오바마 정부는 2011년부터 ‘아시아 재균형 전략’(피봇 투 아시아)을 통해 미·일 동맹을 강조하며 안보 전략 측면에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중국이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영유권 갈등을 빚을 때마다 미국은 주변국 편을 들며 중국을 피곤하게 했다.
오바마의 중국 압박은 경제 분야라고 예외는 아니다. 세계 7강(G7) 중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과 일본 2개국 뿐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IB가 무엇인가? 중국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일어섬) 외교 정책의 핵심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구축)의 자금줄 아닌가. 결국 미·일이 연합해 AIIB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그러나 공화당 대통령, 트럼프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역할보다 ‘자국 경제’에 치중할 것으로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미국 국민이 경제가 좋아졌다고 피부로 느끼게 하느냐는 트럼프 당선 이유이자 정권을 지탱하는 필수조건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 이후 미·중 관계는 ‘경제’라는 카드를 빼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선진국 중 최대 국가인 미국과 개발도상국 중 최대국가인 중국, 즉 세계 양대 경제체제를 이끄는 두 나라가 합심해 공동이익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기업가 출신으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입맛에 다분히 맞춘 내용이다.
중국은 연이어 트럼프 당선 이튿날, 상무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 정부는 근본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촉진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 화폐가 달러 대비 평가절하된 것이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는 마치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지목한데 대해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뀌자 중국 정부가 발 빠르게 해명한 모양새다.
이런 큰 틀에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중 관계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서곡들이 울릴 수 있을지 주목한다. 우선 긍정적 관점에서 미국이 AIIB에 가입하느냐 여부다. 미국의 AIIB 가입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순기능이 있다고 인정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트럼프가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중 관계에 더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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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미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진짜로 백지화하느냐도 주목거리다. 이는 중국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한층 힘을 실어줄 수 있다. TPP로 아시아 시장에서 힘이 빠질 미국이 또 다른 어떤 카드로 경제 영향력을 지속하느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런 서곡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한국에 중대하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의 국정 농단으로 한국은 멈춰 있는 상황에서 미·중은 물론 전 세계가 대전환 국면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계 2강 중국이 다음주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특단의 제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가하면, 일본 아베 수상은 트럼프와 회담 날짜까지 잡았다. 그 누구도 한국을 기다려주지 않는 이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이 더 처참하고 어이없을 뿐이다.